릴레이 협상에도 접점 못 찾는 국토부-화물연대

파업 이후 네 번째 회동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폐지-개선 주체가 최대 쟁점
산업 셧다운 위기에 재계 '업무개시명령' 요구
  • 등록 2022-06-12 오후 2:22:26

    수정 2022-06-12 오후 2:22:26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토교통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좀처럼 합의점을 못 찾고 있다. 양측은 안전운임제 존폐와 개선 주체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2.6.10.(사진=연합뉴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12일 오후 2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물류파업 종료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7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이후 네 번째 만남이다. 양측은 전날 10시간 반 동안 마라톤협상을 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가장 큰 쟁점은 안전운임제 일몰 존폐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과속과 운전자 과로를 막기 위한 최저 운임이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정한 일몰 시점에 따라 안전운임제는 연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일몰 규정을 없애고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도 전 품목으로 확대할 걸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전날 협상에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는 못 박고 품목 확대는 추후 논의할 걸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폐지 대신 일몰 연장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지속 및 확대 등을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새로운 안을 가져오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지금도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데 더 논의한다는 건 실효성이 없는 안”이라는 게 화물연대 불만이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공식적으로 못 박을 걸 요구한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전면에 나서는 것엔 난색을 표한다. 안전운임제의 이해 당사자는 차주-화주이고 법 개정은 국회가 해야 할 몫이란 이유에서다.

양측이 협상 이름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토부는 이날 협상을 ‘실무 면담’으로 표현했지만 화물연대는 ‘노정(勞政) 교섭’이라고 불렀다. 국토부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4차 교섭도 어제와 비슷한 쟁점을 갖고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이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물류난도 확대되고 있다. 광양항과 울산항 등에서 화물이 하나도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 등에선 제품이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쌓여만 간다. 삼표산업과 아주산업 등 주요 시멘트 회사는 아예 공장 가동을 멈췄다.

건설업계도 유탄을 맞기 직전이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자재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파업 전 미리 비축해뒀던 자재도 이번 주부터 바닥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자재가 없어 공사를 멈추는 현장이 나올 수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선(先)물량 확보와 공사 일정 조정을 통해 파업 영향 최소화 방안을 수립해 운영 중이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주요 자재를 중심으로 공급 차질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은 정부에 엄중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이날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아직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진 않았지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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