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타이타닉>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낭만적 커플이 다시 뭉쳤다는 소식에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상영관을 찾았다면, 당신은 당황 혹은 배신감에 몸을 떨며 극장문을 나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메리칸 뷰티>로 미국 중산층의 벌거벗은 모습을 들춰냈던 샘 멘데스 감독이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을 리가 있나요. 아래의 다정한 커플 사진은 사실상 ‘낚시’입니다.
젊은 중산층 부부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교외의 한적한 동네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을 구해 살림을 차립니다. 얼핏 안정되고 행복하게 보이는 둘의 삶은 그러나 아슬아슬합니다. 프랭크는 지루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며, 에이프릴은 주부로서의 삶에 싫증을 느낍니다. 에이프릴은 저축해둔 돈을 풀어 파리로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망설이던 프랭크도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파리행 계획을 세우는 몇 달 간 둘은 다시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이웃과 직장 동료는 이들의 갑작스러운 파리행 계획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프랭크와 에이프릴 부부는 현실의 대로를 이탈해 불안한 오솔길을 걷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아이 둘을 낳고, 안정된 수입과 집에 만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둘은 소진돼가던 자신 속의 ‘특별한 가능성’을 되찾아보고자 합니다. 사실 그런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신할 수는 없지만, 교외의 하얀 집에 만족하며 늙어가기엔 삶이 아까웠던 거죠.
‘보통 사람들’의 공세는 집요합니다. 자신의 무리를 뛰쳐나가려는 사람을 곱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함께 별볼일 없이 늙어가자는 거죠.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 마음먹은 순간, 우리는 쏟아지는 질투와 비난을 견뎌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마약’에 찌들어 우리의 존재는 나날이 사위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라고 외치라 선동할 자신은 없네요. 아닐 가능성이 더 많으니까요. ‘특별한 존재 되기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공포영화처럼 무시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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