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필하모닉의 티모시 워커(Walker) 대표 경영자 겸 예술 감독은 9일(현지 시각) 현지 인터뷰에서 “그는 런던 데뷔 연주회에서 놀라운 테크닉과 감수성으로 무대에서 청중과 교감을 나눴다. 런던의 까다로운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전했으며, 다시 런던 필하모닉의 연주 무대에 초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커는 지난 1989년부터 10년간 호주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총감독을 맡았고, 현재 런던 필의 대표와 예술 감독을 겸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음악 행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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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선욱은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런던 필하모닉(지휘 바실리 시나이스키)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했다. 빼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작곡가의 작품답게 까다로운 기교와 러시아의 서정성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난곡(難曲)이다. 하지만 김선욱은 폭 넓은 스케일과 뛰어난 집중력으로 2800여 명의 런던 청중으로부터 3차례의 커튼 콜을 받을 정도로 뜨거운 갈채를 이끌어냈다. 이날 연주회는 합창석에서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로열 페스티벌 홀 2800여 석이 가득 찼다.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순수 국내파 연주자로, 지난해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人)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런던 필의 워커 대표는 “수많은 콩쿠르 우승자들이 명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를 갖지만, 다시 그 무대를 밟을 확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선욱은 그걸 해냈다”고 말했다.
김선욱의 런던 데뷔 연주회는 세계적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와 음반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정도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 아스코나스 홀트의 매니저인 개탄 르 디블렉(Le Divelec)은 “김선욱은 젊은 연주자들이 자칫 드러내기 쉬운 과도한 낭만주의에 빠져들지 않고 차분하게 곡에 접근했다. 페달을 지나치게 쓰지 않고 오케스트라와 교감을 나누며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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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존스(Jones) EMI 담당국장은 김선욱과 런던 필의 리허설을 직접 관람하며 연주자와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김선욱은 연주회가 끝난 뒤 “런던이라고 해서 너무 부담을 갖게 되면 오히려 연주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 어디에서든 ‘데뷔 무대’라고 생각하고 평상심을 찾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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