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발 모바일IPTV 지상파 유치 전쟁..소비자 장기적 피해?

  • 등록 2013-10-03 오후 2:39:35

    수정 2013-10-03 오후 2:47:24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LTE 속도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들의 동영상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위한 무리한 유치 경쟁으로 N스크린 시장 자체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030200)는 모바일IPTV인 올레tv모바일을 통해 지난 1일부터 통신사에서 유일하게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독점 중계하고 있다. 내년 초가 되면 독점 중계권이 사라지나, 석달간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지상파 콘텐츠연합플랫폼인 ‘푹(POOQ)’과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내면서 독점 중계권을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푹은 통신3사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100억 원을 내면 독점으로 실시간 방송을 제공해주겠다고 협상을 했지만, KT가 이보다 더 가격을 높게 불러 성사시켰다는 얘기다.

현재는 기존 모바일IPTV에서 실시간 방송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MBC와 SBS채널을 선택하면 볼 수 있다. 하지만, 1월부터는 올레tv모바일 플랫폼 안에 푹의 플랫폼이 들어가 있는 PIP(platform in platform)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즉 올레tv모바일 가입자가 플랫폼 안에서 별도로 푹의 가입절차를 거친 뒤, 푹의 카테고리로 들어가야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5일 KT미디어허브와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올레tv모바일과 푹의 지상파 콘텐츠 제휴 협약식을 맺었다. 올레tv모바일 속에 푹 플랫폼이 들어간 방식이다.


데이터 소비량 늘리고 픈 통신사, 플랫폼 독립은 포기

이는 지상파 방송이 2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부분이다. 콘텐츠 유통시장이 지상파나 유선방송이 아닌 N스크린 등 무선통신 플랫폼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유통플랫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통신사에게 마냥 콘텐츠를 제공하다가는 지상파는 플랫폼 기능을 상실한 CP(콘텐츠 제공자)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통신사로서는 계속 지상파 방송사에 끌려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PIP 방식으로 지상파 방송을 제공하게 되면 결국엔 자체 플랫폼의 독립성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급작스럽게 지상파 방송사와 계약이 체결된 것은 LTE-A와 광대역 LTE서비스 상용화를 계기로 동영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이유때문이다.

KT가 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타사 통신사들도 바빠졌다. 곧이어 LG유플러스(032640)는 지상파방송 다시보기(VOD)를 무료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10월 한달 간 펼친다고 맞불을 놨다. 지상파 다시보기는 본방이후 3주 동안은 한 편당 700원을 내야 볼 수가 있다.

통신사의 지나친 과열 경쟁..N스크린 시장 황패해진다?

현재 올레tv모바일에서 제공되고 있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 화면. 현재는 기존처럼 다른 채널과 같은 방식이나 내년 1월부터는 PIP방식으로 푹 카테고리를 통해 별도로 봐야한다.
지상파로서는 광고 수입이 30% 이상 급감하는 상황속에서 나름의 보완책을 마련한 셈이다. 여기에 N스크린 플랫폼 강화라는 발판까지 마련하면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PIP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푹 가입자도 함께 증가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상술 콘텐츠연합플랫폼 이사는 “그간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상황에서 통신사에서 적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나온 만큼 앞으로 통신사와 제휴관계를 강화해 푹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도 노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도 당장은 이익이다. CJ헬로비전의 ‘티빙’과 지상파의 ‘푹’을 제외하고는 실시간 지상파 채널을 볼 수 없었지만, 내년 초가 되면 모든 통신사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통신사 경쟁 속에 일정 기간 동안 지상파 콘텐츠를 무료로 볼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 과열로 N스크린 시장 황폐해지면 결국 소비자한테 피해가 돌아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경쟁으로 협상에서 지상파에 끌려 다니다보면 앞으로 무선뿐만 아니라 유선 지상파 콘텐츠의 재전송 대가 및 부가서비스 유료화 문제 등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N스크린 시장은 아직 덜 성숙된 단계로 합리적인 가격 수준에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통신사의 지나친 경쟁 속에 지상파만 배를 채우게 될 뿐 나머지 콘텐츠 생태계는 모두 황폐해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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