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몰려온다… 마음이 흔들린다

2009년 전국 개화 일정
  • 등록 2009-03-12 오전 11:42:00

    수정 2009-03-12 오전 11:42:00

[조선일보 제공] 매화 한 송이 톡 터지는가 싶더니, 산수유가 물오른 땅을 점점이 물들이고 진달래 유채 튤립 복사꽃이 가세해 눈과 코를 어지럽게 한다. 지금부터 4월 말까지, 한국 봄꽃 '대표 선수'를 골라 소개한다.

◆ 3월 말~4월 초: 하동 화개장터

매화와 산수유가 꽃잎을 슬슬 접기 시작하는 4월, 벚꽃이 신나게 피어난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까지, '십리 벚꽃길'은 설렁설렁 걸으며 꽃향기에 취하기 좋은 꽃 천지다. 깔끔하게 단장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벚꽃터널 아래로 초록빛 야생 차 밭이 줄줄이 펼쳐져 있어 싱그러움을 더한다. 간혹 화려한 벚꽃을 시기한 바람이 세차게 벚나무를 휘어잡으면 나뭇가지에 매달려 하늘거리던 벚꽃이 우수수 흩날리며 하얀 '꽃 비'가 내린다. 화개장터 벚꽃축제 4월 3~5일. 문의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5

▲ 환한 벚꽃 빛깔이 눈이 부셔 실눈 떠야 할 것만 같다. 올해 4월 3~5일 축제를 준비 중인 경남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의 지난해 모습. /여행작가 신석교 제공


◆ 3월 말~4월 초: 진해

경남 진해는 도시 전체가 왕벚나무로 뒤덮여 어느 곳으로 발길을 돌려도 벚꽃과 마주치게 된다. 벚나무 중 으뜸으로 꼽히는 왕벚나무는 꽃이 탐스럽고 그 양도 많아 꽃놀이 기분 한번 제대로 내게 해준다. '365계단'('1년 계단'이라고도 불린다)을 따라 올라가 꽃으로 뒤덮인 진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황산 공원', 다양한 조각품과 벚꽃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장복산 공원', 꽃 터널의 진수를 보여주는 안민도로, 철로변 가득 내려앉은 꽃잎들이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하얀 꽃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이 이색적인 경화역, 실개천에 점점이 떨어진 벚꽃으로 물빛마저 하얀 여좌천 등이 진해 꽃 명소로 꼽힌다. 진해군항제 3월 27일~4월 5일. 문의 진해시청 문화관광과 (055)548-2433


▲ 곱기로 이름난 전남 여수 영취산 진달래. 상암초등학교 부근 임도에서 흥국사로 내려오면 벚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여행작가 신석교 제공


◆ 4월 초: 영취산 진달래

벚꽃이 필 무렵, 곱기로 이름난 전남 여수 영취산 진달래가 수줍은 듯 발그레한 얼굴을 살포시 내민다. 영취산 진달래는 키가 작지만 촘촘하게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시야를 짙은 분홍빛으로 꽉 채울 수 있게 해준다. 산 자체는 해발 510m 정도로 낮은 편인데 정상 턱밑을 오르내리는 길이 의외로 가파르고 잔돌이 많아 등산화를 갖추는 것이 좋다.

진달래 '멋'을 온전히 즐기려면 상암초등학교 인근 임도에서 시작해 450봉을 거쳐 봉우재로 내려선 뒤 영취산 정상에 올랐다 흥국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무난하다. 영취산 진달래 축제 4월 3~5일. 문의 진달래축제위원회 (061)691-3104


▲ 왼쪽부터 복사꽃과 튤립 /조선일보DB·여행작가 신석교 제공


◆ 4월 초: 영덕 복사꽃

4월 10일쯤, 복사꽃이 '이제는 내 시대'라며 꽃망울을 벌리기 시작한다. 복사꽃의 진풍경을 엿볼 수 있는 곳은 영덕 지품면 삼화리. 마을을 아우른 산자락 전체가 복숭아밭이다. 언덕 위에 오르면 분홍빛 꽃물 들인 복사꽃이 언덕 아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오십천'과 어우러진다. 오십천 지류인 대서천을 거슬러 오르다 옥계계곡 못 미처 자리한 달산면 주응리 일대도 복사꽃으로 단장한다. 주응리를 지나 독특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진 옥계계곡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문의 영덕군청 관광기획과 (054)730-6396

▲ 꽃 언제 피나요… 3월 초 시작된 봄 꽃 계주가 한반도를 즐겁게 물들이는 중이다. 전국 주요 꽃 축제를 개화 시기 빠른 순으로 정리했다.
◆ 4월 중순~4월 말: 남해 튤립+유채

튤립의 멋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다정리에 자리한 장평소류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담한 호수를 둘러싸고 피어난 튤립에 유채와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둥그스름한 호수에 걸맞게 산책로를 원형으로 조성해 꽃밭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걷게 만들어놨다.

4월 5일쯤 시작된 튤립 철은 4월 25일쯤 끝나고, 그 자리에 페추니아가 들어선다. 보리암을 품고 있는 산자락 아래 자리한 상주면 두모마을에선 4월 초부터 유채 물결에 흠뻑 취해볼 수 있겠다. 촘촘히 층을 이룬 다랑이논에 피어난 유채꽃 풍경이 화려하다. 다랑이논 아래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유채가 머리 위에서 하늘과 살랑거린다. 삼천포대교 앞 늑도섬 일원에 흐드러지게 핀 유채도 일품. 쪽빛 바다, 주홍빛 다리와 어우러진 노란 유채꽃물결이 '체면 다 집어던지고 꽃밭에서 뛰어놀아라'며 손짓하는 듯하다. 문의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

◆ 4월 중순: 신안 임자도 튤립

봄빛이 무르익어 4월 중순을 넘기면 튤립과 유채가 바통을 잇는다. 튤립이 지천으로 피는 전남 신안 임자도는 봄꽃 여행의 새 명소로 떠오르는 섬이다. 색깔도 모양도 각기 다른 튤립이 무려 500만 송이, 그야말로 광활한 꽃 벌판이다. 임자도에 튤립이 잘 되는 이유는 건조한 모래흙, 풍부한 일조량, 온화한 해풍이 튤립의 성장 조건에 잘 맞기 때문이란다. 10만9100㎡(약 3만3000평)에 이르는 꽃 단지 사이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타박타박 걷는 맛이 독특하다. 개화시기에 맞춰 펼쳐지는 튤립축제 기간에 가면 더욱 흥겹다. 조랑말을 타고 이국적인 풍차와 어우러진 꽃밭을 둘러보거나 무료로 대여해주는 자전거로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섬 끝자락에 있는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모래사장이 가장 긴(12㎞) 해변으로 구경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신안 튤립축제 4월 15일~28일. 문의 신안군 농업기술센터 (061)240-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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