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이벤트성 실적에 속지마라"

해당분기 실적과 상관관계 거의 없어
"경쟁사 의식한 부풀리기도 의심"
  • 등록 2007-10-05 오전 10:12:01

    수정 2007-10-05 오전 10:12:01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국내 백화점들은 매해 네차례의 정기세일을 실시하고, 해당 기간의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실시간에 가깝게 집계되는 세일실적은 소비경기의 흐름을 가장 빨리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추석과 같은 명절 선물세트 실적도 마찬가지다. 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이러한 이벤트성 실적은 주식투자 등에도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 실적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볼 지도 모른다. 외부 감사를 거쳐 공개되는 해당 분기의 최종 실적과 상관 관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쟁사를 의식한 실적 부풀리기가 의심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세일실적은 대박, 분기실적은 쪽박?

최근 소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다.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는 추석 선물세트 매출(추석 전 보름 정도 기간)이 20% 내외로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백화점 추석 장사가 지난해보다 훨씬 잘 됐다는 얘기다. 

사실 이처럼 밝은 분위기는 지난해 이맘 때에도 똑같이 나왔다. 백화점들이 지난해 추석 때도 20%에 가까운 매출 증가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추석 매출 집계기간(9월22일~10월5일)이 포함된 분기의 실제 매출은 매우 실망스러웠다는 것. 신세계(004170)를 제외한 롯데쇼핑(023530)현대백화점(069960)의 법인 백화점 부문 매출액은 오히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때 모두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줄어들었다(아래 표).

비단 추석뿐이 아니다. 똑같이 보름 정도 진행되는 분기별 세일실적도 마찬가지다. 매번 발표 때마다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지만 최종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벤트성 실적과 백화점 시장 경기 간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존심 싸움에 부풀리기 의심"

백화점의 이벤트성 실적 발표 이면에는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숨어 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세일실적 발표 때면 백화점 간 눈치경쟁이 치열하다"며 "자사 실적이 크게 뒤질 경우 이미지 손상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업체의 실적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경우, 소비자나 투자자들이 해당 백화점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염려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눈치경쟁이 매출 숫자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세일실적은 경우에 따라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백화점의 이벤트성 실적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외부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고, 감사를 받을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요구에도 정확한 매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는다. 상대적인 신장률만 발표할 뿐이다.

그는 "이벤트성 실적은 온전히 믿을 게 못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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