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본 키녹 호텔 건물과 뒤에 펼쳐진 보문관광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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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경북)=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도심에서 자라는 반려견들은 마음껏 놀기가 어렵다. 아파트나 빌라와 같이 마당이 없는 주거 환경이 대부분이라 뛸 만한 공간부터 부족하다. 밖으로 나가도 삭막한 콘크리트 도로에는 사람과 차가 늘 오가며, 공원에 가도 항상 목줄을 매야 한다. 자연 속을 마음껏 내달리고 싶은 본능을 꽁꽁 묶어놓은 채 산책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 번이라도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목줄 없이 강아지와 신나게 달리고 식사를 같이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견주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곳이 최근 개장했다. 그것도 5성급 호텔을 개조해 만든 럭셔리한 공간이다.
경주에 새로 생긴 강아지의 천국
| 키녹의 베이커리 카페 겸 레스토랑 ‘스니프’ (사진=교원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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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공식 문을 연 경북 경주의 ‘키녹’은 모든 것이 반려동물의 눈높이에 맞춰진 반려동물 친화 호텔로 개장하자마자 ‘핫플’로 떠올랐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식 개장 전 객실 예약률이 50%를 넘기도 했다.
입장하는 순간부터 호텔은 사람이 아니라 반려견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레스토랑 겸 카페 ’스니프’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앉아 식사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강아지가 먹는 음식은 ‘멍파르페’와 ‘멍푸치노’다.
| 반려견 전용 메뉴 ‘멍파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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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빨려 들어가듯 먹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견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실 생경한 장면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위생을 이유로 음식을 취급하는 곳에 동물 출입을 제한하지만 키녹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아 합법적으로 반려동물과 호텔 어디서나 함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호텔 오픈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는 경주 출신의 20대 두 여성은 “밖에 강아지를 묶어두고 식사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신경이 쓰였는데 이렇게 카페에 같이 있으니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 하늘에서 본 키녹의 야외 펫 파크 ‘웨그 어라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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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면 모든 강아지가 꿈꿀 만한 드넓은 잔디밭이 나온다. 키녹의 야외 펫 파크 ‘웨그 어라운드’는 8300㎡ 규모의 잔디밭으로 키녹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중년의 부부와 함께 온 강아지들이 푸른 잔디밭에서 원반이나 공을 물고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목줄이나 입마개 등의 제약은 모두 벗어던진 상태다. 그들이 원래 자연 속에서 사냥하고 추적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곳에는 물을 좋아하는 리트리버와 같은 종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다른 이들과 마주치지 않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가림막이 쳐진 프라이빗존도 유료로 운영 중이다. 곳곳에는 녹색 유니폼을 입은 훈련사들이 보이는데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 실내 펫 파크 시설인 ‘웨그 아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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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 눈이 와도 괜찮다. 실내 펫 파크 ‘웨그 아지트’는 날씨에 상관없이 여는 시설로 펫 터널, 튜브 등의 각종 반려견 활동 시설이 가득하며 소형견과 중대형견 공간이 분리돼 있다. 각종 편의시설도 다양하다.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반려견 유치원을 비롯해 미용실, 외출 시 강아지를 맡길 수 있는 애견 호텔, 용품점 등이 내부에 있다.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모두 펫 매니저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들이라 필요하면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다.
안전과 건강 생각한 반려견 친화 호텔
| 자쿠지 시설 ‘타이니풀’로 인기가 높은 키녹의 시그니처 객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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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녹은 ‘제대로 된’ 반려동물 친화 호텔을 자부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반려견의 입장에서 고려하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베이커리에서 파는 제품에는 강아지에게 해로운 초콜렛, 포도씨, 견과류 등은 들어 있지 않다. 흘린 부스러기라도 강아지가 먹으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 쓴 공간은 객실이다. 총 34개의 객실은 스위트, 시그니처, 프리미어, 디럭스 등으로 나뉘며 모두 반려동물 특화 객실로 구성됐다. 특히 시그니처 객실에는 ‘멍멍이 수영장’ 타이니풀이 있다. 객실 내 자쿠지 시설로 강아지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동시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인기다. 시그니처 객실은 오직 2개만 있어서 견주들 사이에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 반려견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키녹의 객실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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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테리어는 강아지를 배려하고 있다. 반려견이 관절을 다치지 않도록 가구 높이를 낮췄고, 단차가 있는 곳에는 경사진 슬라이드 계단이 설치돼 있다. 견주가 쓰는 침대는 프레임을 빼고 매트릭스만 놓아서 강아지가 편히 오르고 내려올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했는데 모든 객실 내 조명은 시각이 예민한 반려견이 피곤하지 않도록 조명의 깜빡임을 없앤 플리커 프리 제품을 사용했다. 귀가 밝은 반려견이 놀라지 않도록 종소리 대신 붉은 빛만 깜빡이는 초인등을 설치한 것도 눈에 띈다. 또한 강아지가 창가에 서서 밖을 볼 수 있는 알파룸, 미끄럼 방지 타일, 유리 대신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로 컵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새집 증후군이 없도록 최상급 자재를 사용해 접착제나 페인트의 독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다.
| 키녹의 야외 펫 파크 ‘웨그 어라운드’와 연못 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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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민석 총지배인은 “기존 호텔의 일반 객실 정리 시간은 보통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키녹은 60분 이상을 배정하고 있다”며 “위생을 위해 스팀 소독을 실시하고, 객실 내 모든 식기는 객실 밖에서 씻고 자외선 소독을 한 뒤에 다음 날 세팅하는 형태라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욕실에는 반려견 전용 샤워 장소가 마련돼 있는데 사람이 쓰는 공간보다 넓다. 털이 많이 빠지면 자칫 하수구가 막힐 수 있기 때문에 배관 크기를 아예 대구경 제품으로 교체하는 공사도 벌였다.
| 키녹의 야외 펫 파크 ‘웨그 어라운드’ (사진=교원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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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녹은 반려동물을 위한 5성급 호텔을 만들기까지 2년 이상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키녹은 ‘아직도 100%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친화 호텔로 불리기보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진정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다.
허태성 교원프라퍼티 호텔연수사업부문장은 “기존의 반려동물 친화 호텔이 객실에 집중했다면 키녹은 모든 공간에서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도록 구축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단점을 개선하고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완벽함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키녹 호텔의 외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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