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퀀텀닷(양자점) 소재 업체인 ‘QD비전’(QD Vision) 인수를 추진하는 목적은 회사 자체의 인수합병(M&A)이 아닌 원천 특허 확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다. 에너지 효율이 100%에 가까워 추가로 전력 사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화질 개선이 가능하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QD비전은) 자산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인수방식은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인수와 달리 공장설비 등 자산만 인수하고 부채나 종업원, 영업권 등은 포함하지 않는 형태다.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을 통해 퀀텀닷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삼성은 QD비전의 자산인수를 통해 퀀텀닷 기초기술과 원천 특허 등을 사들여 퀀텀닷 기술완성도와 특허장벽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이 제시한 QD비전 인수금액은 7000만 달러(825억원)로 1~2주 안에 최종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전에는 중국 BOE와 미국 나노시스, 독일 바스프, 머크 등이 삼성보다 파격적인 인수금액과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QD비전은 향후 QLED TV를 비롯한 퀀텀닷 연구개발(R&D) 능력을 감안할 때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삼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퀀텀닷 재료 분야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QD비전은 MIT 공대 박사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지난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양자점 LED 적용에 성공했다. 이후 2010년부터 LG디스플레이와 소니 등과 함께 퀀텀닷 기술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이 QD비전의 자산만 인수할 경우 회사 자체는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올해 11년 연속 TV시장 1위라는 새로운 기록 달성과 함께 퀀텀닷으로 차세대 TV 기준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성열우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장(사장)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위)에 이재용 부회장 참석 가능성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또 인사 시기에 대해 정현호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은 “다음주에 한다는 얘기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