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600만원 줄 수 있죠?” 재혼 훼방꾼, 女 `입방정` 男은?

  • 등록 2013-08-26 오전 9:57:45

    수정 2013-08-26 오전 9:57:45

[이데일리 e뉴스 김민화 기자] 호감 가는 재혼상대를 만나고도 분별없는 말 한마디, 성급한 스킨쉽 때문에 아까운 배우자감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여성 H씨는 맞선 첫날 상대 남성에게 첫 만남에서 “오빠, 저하고 결혼하면 지금 사는 집은 제 명의로 해줄 거죠? 오빠는 듣자하니 빌딩도 있고, 사업체도 있으니 그 집 하나쯤은 나한테 떼 줘야 나도 능력있는 오빠하고 결혼한 보람이 있지 않겠어요!!”라는 말로 이른 결혼선물(?)을 요구했다.

상대 남성은 700억 원대의 50대 초반 자산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요청을 받은 남성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어리둥절해졌다. H씨는 뒤늦게 실수를 뉘우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남성은 맘을 접은 상태였다.

여성들 중에는 호감 가는 재혼상대를 만나고도 이와 같이 분별없는 말 한마디로 평생 인연을 수포로 돌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 다른 비슷한 사례를 본다.

“오빠! 내가 지금은 별 볼품없는 처지가 됐지만 한때는 떵떵 그리며 살았답니다. 나도 놀던 물이 있으니 용돈으로 월 600만원은 줄 수 있죠? 그래야 오빠 수준에 맞게 나도 품위를 갖추고 살 것 아니겠어요!!” 47세의 재혼희망 여성 J씨가 맞선에서 만난 남성에게 다짜고짜 결혼 후의 용돈 수준에 대해 흥정을 하고 있다. 50대 중반의 자수성가 알부자 사업가 M씨는 학을 떼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와 같은 일은 실제 재혼전문 정보회사 온리-유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진행한 ‘맞선에서 인연을 수포로 돌리게 하는 교제 상의 주요 실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7월 1일부터 8월 24일 사이에 진행한 돌싱들의 재혼 맞선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468쌍 중 교제로까지 연결되지 못한 121쌍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 측의 ‘입방정 등 말실수’가 39건(32.2%)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결혼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용돈이나 자동차, 집 등을 요구함은 물론 친정이나 자녀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결혼 후 가정생활에 전념한 40, 50대의 돌싱 여성들 중에는 재혼 맞선에서 분별없는 언행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며 “남성들의 의식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처신하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입방정에는 못 미치나 남성들의 ‘스킨쉽’도 인연을 무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첫 대면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맞선 121건 중 36건(29.8%)을 실패로 몰아넣었다.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는 2차, 3차에서 섣불리 스킨쉽을 시도하다가 아까운 배우자감을 놓치는 것이다.

이경 비에나래 실장은 “돌싱이 된 많은 남성들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가 마땅치 않아 맞선에서 만난 여성을 상대로 성급하게 스킨쉽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단지 남성들의 스킨쉽 시도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수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맞선을 망치는 실수의 통계 측면에서는 여성들의 말실수보다 낮게 나온다”라고 배경설명을 했다.

그 외 맞선 상의 주요 실수로는 ‘경찰 취조 식의 상대 파악’이다. 맞선 실패 건수는 20건(16.5%)으로 남성과 여성이 각 7건과 13건에서 원인을 제공했다. 상대의 재산이나 연봉 등을 지나치게 자세히 캐묻는가하면 이혼 사유, 자녀, 전 배우자 등에 대해 취조하다시피 문의한다.

정수진 비에나래 팀장은 “맞선과 같은 민감한 자리에서는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점을 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라며 “남성은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야 하고, 여성은 상황에 맞는 센스있는 언행이 필요하다”라고 맞선에서의 주의사항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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