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MB맨 박재완·어윤대, 진단은 같아도 처방은 다르다

  • 등록 2012-12-10 오전 10:01:25

    수정 2012-12-10 오전 11:22:03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10일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을 놓고 현상에 대해선 같은 진단을 내리면서도 각각 다른 처방을 내놨다. 박 장관은 금융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 주문했지만 어 회장은 자율성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부의 변화를 강조했다.

박 장관과 어 회장은 이날 금융연구원과 금융공학학회가 공동주최한 ‘지속 경제성장을 위한 금융의 역할과 정책 방향’ 심포지엄에 나란히 참석해 기조연설과 축사를 진행했다.

현재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두 사람의 진단은 비슷했다. 박 장관은 “국내 금융산업은 지난 30년 이상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국제 경쟁력은 미흡하다”며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은 해외 투자은행(IB)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 회장도 “한국 기업이 다국적화되는 순간부터 우리나라 은행들과는 거래관계가 끝난다”며 “우리 금융회사는 자금 조달력이나 네트워크가 부족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처방은 갈렸다. 박 장관은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예대마진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보호에도 미온적”이라며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시스템 위기 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산업은 실물부문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 과거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산업 발전도 이끌어야 한다”며 “서민금융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연설 도중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반면 어 회장은 “대학에 있다가 금융현장으로 와보니 프레임워크의 차이점이 가장 컸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독립산업이 아니라 공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탐욕 논란과 함께 갈수록 커지고 있는 사회공헌 압박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가 3만 달러 시대로 가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산업의 성장이 필수적인데도 우리 금융산업은 여전히 제조업을 지원하는 후선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금융권도 변해야 하지만 정부의 사고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박재완(왼쪽) 기획재정부 장관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한금융공학회,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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