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싶어서”…수능 끝 일탈 유혹, 신분증 위조하는 고3들

번화가 술집서 퇴짜에 신분증 대여·위조도
SNS에 ‘신분증 위조’ 검색…쉽게 접근 가능
“영업정지될라”…걱정에 긴장한 업주들
전문가 “위조신분증 이용시 고3도 처벌 가능”
  • 등록 2024-12-01 오후 1:08:54

    수정 2024-12-01 오후 7:12:52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후 수험생들이 유흥가로 몰리고 있다. 특히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고3 수험생들이 호기심에 술집을 찾고 있는데 신분증을 빌리거나 위조를 하는 불법 행위에 손을 대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자칫 미성년자를 손님으로 받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지난 27일 밤 홍대입구 인근의 한 번화가에 시민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술집서 퇴짜 맞은 고3…신분증 대여·위조 손대기도

폭설이 내렸던 지난 27일 밤 찾은 홍대 입구에서는 수능을 마치고 자유를 만끽하는 고3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쇼핑을 즐기거나 청소년도 출입 가능한 식당, 카페, 오락실 등을 다니며 청춘을 즐기고 있었다. 홍대 곳곳에는 ‘수험생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식당이나 카페 등도 있었다.

이날 오후 10시쯤이 되자 술집을 찾거나 클럽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바로 청소년들이다. 홍대 클럽 거리 인근의 한 술집에서는 일행 4명이 신분증을 가져오지 못해 쫓겨나기도 했다. 상당히 앳돼보이는 외모로 보였다. 퇴짜 받은 한 학생은 “친구들이랑 술 마시려 했는데 신분증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며 ‘고3이냐’라고 묻는 말에 별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홍대에서 만난 고3들은 애초에 홍대와 같은 번화가에 고3들이 술을 마시러 오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워낙 신분증 검사가 엄격하고 자신이 사는 동네 인근에 신분증 검사가 느슨한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을 찾는 고3들은 다른 성인의 신분증을 빌리거나 위조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홍대에서 만난 이모(18)군은 “보통 아는 형들에게 신분증을 빌려 오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가장 여유로운 시절에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추억도 쌓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소정의 금액을 받고 신분증 대여를 해주거나 위조를 해주겠다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신분증 위조를 해주겠다는 한 텔레그램 방에는 ‘신분증 위조, 합성 문의받는다. 가격은 5만원. 원하는 사진, 이름, 생년월일 보내주면 주문제작으로 1시간 안에 만들어 드린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해당 텔레그램 운영자는 실제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신분증을 휴대전화로 사진 찍은 듯한 위조 신분증 사진을 만들고 있었다. 해당 사진을 이용해 신분증을 까먹고 가져오지 않은 척하고 사진으로 인증을 하라는 의도에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분증 위조’를 검색하면 나온는 결과들. (사진=온라인 갈무리)
‘혹시 청소년일까’ 긴장한 업주들…“고3도 처벌 가능”

홍대입구 인근 업주들은 잔뜩 긴장한 분위기 속 신분증 검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신분증 검사를 소홀히 하다 수사기관에 적발되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대입구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는 “빌린 신분증일 수도 있으니 얼굴이랑 대조도 확실하게 하고 주소를 묻거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묻는 등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술 마시고 업주를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수능 끝난 지금 시기는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청소년들이 자주 활동하는 지역 등에 대한 순찰을 늘리고 청소년 유해시설에 대한 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수능이 끝난 지난 14일 별도의 성인인증장치 없이 비대면으로 주류를 판매하는 무인점포 업주를 단속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각 지역 시도교육청과 지자체 등과 청소년 범죄 예방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위조신분증을 이용할 경우 고3들 역시 처벌받을 수 있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대여해 부정 이용할 경우 공문서 부정 행사죄,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에 해당한다. 공문서 부정 행사죄의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주민등록법 위반의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위조된 미국 운전면허증으로 술, 담배를 구입하고 클럽 등 유흥업소를 간 혐의를 받는 국제학생 40명을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의 한 술집에 ‘신분증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글귀가 써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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