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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타계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는 지난 2008년 맥월드(MacWorld)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사상 유례없이이 얇은 ‘맥북 에어’ 1세대를 공개한다. 성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잡스를 위해 폴 오텔리니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동일한 성능에 크기를 60%나 줄인 CPU를 개발해 잡스에게 직접 건넨 장면은 지금도 IT 역사에 길이 남은 장면 가운데 하나다.
이런 애플과 인텔의 끈끈한 밀월관계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다.
◇ 위기와 기회: 맥컴퓨터와 아이폰
이런 가운데 얼마전 인텔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이 향후 1~2년내에 인텔을 버리고 자체 제작한 ARM 칩을 맥(Mac)컴퓨터에 사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전해진 것이다. 이 소식에 매도공세가 몰리며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인텔 주가가 장중 2%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애플이라는 고객을 잃는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다.
오랫동안 애플에 관한 한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떨쳐온 대만 KGI증권의 궈밍츠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대만 TSMC, 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자체 디자인한 A9X와 A10X이 조만간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또는 코어 i3 수준으로 성능 향상을 이룰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에 맥과 아이패드에 이를 탑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스터 하인 컬트오브맥 기자도 “궈 애널리스트가 아이폰6에 사파이어 글래스가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상기시키며 “애플이 인텔을 버릴 것이라는 관측도 5년전부터 매년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ARM칩이 효율성이나 전력소비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 여전히 맥북 프로나 아이맥을 구동할 만큼 강력한 성능을 가지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인텔이 애플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궈 애널리스트도 이 보고서에서 “20나노미터 공정에서 효율성이 훨씬 높은 퀄컴 모바일 칩이 2016년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인텔이 차세대 14/16나노 공정을 잘 준비한다면 비용구조상 이점으로 인해 차기작인 ‘아이폰7’에 전격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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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블릿 성장 수혜 노린다
애플 뿐만 아니라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글로벌 제조사들로부터 인텔의 모바일 칩이 얼마나 선택받을 수 있을지가 결국 인텔 성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다.
인텔은 일단 태블릿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태블릿PC 칩 시장에서 총 4000만대의 출하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4600만대의 출하 실적을 냈다. 아톰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애플에 이어 세계 2위 태블릿PC 칩 공급업체로 올라선 것이다.
인텔은 지난 5월 태블릿PC 칩을 중국업체인 록칩에 제공하고 록칩은 이를 중국 내 고객사에 판매하는 협력관계를 맺었다. 또 태블릿PC 칩으로 전환하는 태블릿PC 제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인텔은 오는 2018년까지 태블릿PC에 탑재되는 인텔 칩 비중이 지금보다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에는 스마트폰 칩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인텔은 통합칩인 코드명 `소피아`를 무기로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형 라인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인텔은 소피아를 통해 내년 3G 모델을 시작으로 LTE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크르자니크 CEO는 연내 최소한 12곳 이상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피아가 장착된 3G 스마트폰은 1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중국과 신흥시장에 판매된다. 인텔은 소피아 칩이 탑재된 LTE 모델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텔은 또 중국의 칩 디자인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중국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는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