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캐나다 출신의 화가 실뱅 트렘블레(SYLVAIN TREMBLAY, 43세)의 그림 속 인물은 자코메티의 조각같고, 배경의 화려한 색상은 클림트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늘고 길다. 얼굴의 이목구비 윤곽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툭하다.트렘블레는 자신의 작품이 자코메티, 클림트, 따피에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그린 작품의 등장인물은 홀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폭이 큰 것이 특징이다. 그는 홀로 모델이 많은 이유에 대해 "복잡한 대도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며, 결국 사람은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작품 속 인물의 눈.코,입, 팔과 다리 등 윤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관객들이 감각적으로 느낌으로써 작가가 제안한 이미지를 생각하게끔 만들고자 했다. 외롭고,소외되고, 쓸쓸한 작품 속 인물은 현대인의 자화상일 뿐 아니라 관객 자신의 모습이기에 작품과 관객은 서로 공감을 하게 된다. 에폭시 처리한 화면은 거울처럼 관객의 모습을 비춰줌으로써 '결국 나는 혼자이다'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로 작용을 한다.
트렘블레의 작품은 제목이 그럴싸하다. <정원에서의 평화로운 휴식>,<지속적인 비전을 지니기>,<결정의 순간> 등등. 작품의 제목을 보면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에 대해 작가의 설명을 듣고 싶은 충동이 인다. 트렘블레는 "제목은 선입견을 주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요소이다. 반추상이기 때문에 제목을 줌으로써 방향제시만 하려고 한 것일 뿐, 그 나머지는 관객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내친 김에 <정원에서의 평화로운 휴식>에 대해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자."아래쪽 바탕의 화려한 색채는 정원의 꽃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눈을 딱 떴을 때의 색감 이미지를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돌같은 바위에 앉아 사색에 잠긴 모습을 통해 평온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트렘블레는 20살 때 일러스트를 시작해 이 분야에 10여년간 몸담게 된다. 하지만 31살 무렵 순수미술에 대한 강한 동경이 일어 일러스트를 접고 순수미술에 전념하게 된다. 그는 앞으로 미술을 통해 정치 · 종교적인 측면이 아니고 사회에 속한 인간의 의미를 표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는 조각 프로젝트 등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대기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조각작품을 구상중이다. 그는 기저귀를 찬 아기가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을 스케치해서 보여주었다.젖꼭지 대신 산소호흡기라니, 기발한 생각이다.
오페라갤러리 서울(강남구 청담동)은 실뱅 트렘블레와 프랑스 작가 사미 브리스(Samy Briss)의 2인전 '타임리스(timeless)'를 3월 10일까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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