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5%, '직접 생산공정에 파견은 불법'몰라…“제조업 전수조사해야”

10명 중 8명 제조업 불법파견 전수조사 지지
파견법,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파견 금지
"위험의 외주화 막을 법 개정 필요해"
  • 등록 2024-08-15 오후 12:00:00

    수정 2024-08-15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직장인 4명 중 3명은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은 경기 화성시 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조업계의 불법 파견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15일 공개한 직장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5.2%는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일이 불법임을 몰랐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비정규직·비노조원·소규모사업장·저임금노동자의 경우 부정 응답 비율이 80%를 넘었다.

직장인들은 정부가 제조업계의 불법 파견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84.1%는 ‘정부가 제조업 불법 파견에 대해 제대로 단속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제조업 불법 파견에 대한 전수조사에 83.3%가 동의했다. 직장인 2명 중 1명(50.1%)은 ‘현행 파견법을 유지하되, 불법 파견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고, 27.5%는 ‘현행 파견법을 폐지하고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8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5조 1항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노동자 파견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출산과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기거나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불법파견과 위험의 외주화가 반복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한다. 지난달 하청업체 직원 A씨는 “최근 산재사고로 전치 3개월 이상의 부상을 입었는데 원청회사는 하청업체에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게 하고, 다친 순간부터 산재를 숨기기 위해 퇴사처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청업체 직원 B씨는 같은 달 “원청에서 모든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더니 (원청이) 하청을 통해 해고통지서를 보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아리셀 참사처럼 중대재해 사건을 다룬 기사를 보면 늘 희생자는 협력업체, 용역업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며 “산업안전보건조치를 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원청들은 스스로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그 책임조차도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한 하청과 용역업체에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로 권한을 행사하고 이윤도 챙기면서 노동법상 책임은 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려면 원청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는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고용노동부는 제조업 불법 파견 전수조사에 지금 바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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