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900억 냈는데…" 세운지구, 금감원 PF 평가 위기

26일 금감원 PF 사업장 최종 사업성 평가
대주단에서 '양호', '보통' 평가한 세운지구에
금감원이 나서 "다시 평가하라" 종용
인허가 오래걸리는 현장 예외 반영 안돼 '발동동'
  • 등록 2024-07-25 오전 8:24:17

    수정 2024-07-25 오전 11:17:15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판 롯폰기힐스’를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세운상가 통합재개발 프로젝트의 운명이 금융감독원의 탁상행정으로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자료=서울시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금감원의 PF 사업장 최종 사업성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서울 중구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 3-3구역과 3-9구역이 대주단으로 부터는 ‘양호’, ‘보통’으로 평가받았다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부실’ 사업장으로 둔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 3-3구역과 3-9구역을 개발하는 시행사 디블록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사업장 평가를 하고 대주단의 개별 금융사 자체평가와 결과가 다른 경우 일일이 연락해서 다시 평가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라며 “대주단에서는 어쩔수 없이 양호, 보통으로 평가했던 사업장을 부실 사업장으로 수정해 금감원에 낸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는 이미 2017년과 2021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착공을 준비 중이었다가 서울시가 통합 개발로 방침을 바꾸면서 일정이 미뤄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심의를 기다리면서 대출을 계속 연장했는데 2021년부터 지난 2년 간 이자비용으로만 약 9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집행했다. 지난 23일 두 구역의 3240억원 규모 브릿지론은 만기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만기를 3~4번 이상 연장한 사업장은 무조건 ‘부실’ 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의 대주단은 당국에 재구조화, 경·공매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기준에도 예외 조항이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만기 연장 횟수만 가지고 내부적으로 평가해 대주단의 ‘보통’ 등급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금감원 내부에서도 개별사업장 중 보험과 캐피털 사이의 국이 나눠져 있어 각자의 기준이 달라 별도의 판단을 하고 있어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블록 관계자는 “인허가에 오랜시간이 걸리는 현장은 예외로 한다는 예외조항은 금감원이 만들었다”라며 “브릿지론 만기 연장 3회 이상 부실등급 부여 기준은 1회를 1년으로 보는데 세운 3-3의 경우 6개월씩 세번 연장한 뒤 3개월을 연장해 기간으로는 2년이 채 안된다. 이것도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고 금감원이 밝혔는데 이를 전혀 고려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인허가는 8월초 마무리가 될 전망이다. 시의 통합개발 의지로 사업이 늦어진 만큼 시에서는 사업이 좌절될 것이라고 보고있지는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구역은 환경영향평가 등 필요한 심의는 다 얻었다. 8월 인허가 서류 제출만 남았다. PF 연장조건으로 인허가 진행 여부를 걸어서 계약했을텐데 시가 재정비촉진계획을 바꾸면서 최초 브릿지 실행 때와 다르게 반영해야 했을 것이고 일부 심의도 다시 통과 해야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해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기간이 늘어났을 것”이라며 “그래서 브릿지론 만기가 도래한 상황이 초래됐는데 대주단에서 이 사업들을 양호 내지 보통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연장은 될 것으로 생각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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