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바다 쪽을 바라봤지만 수평선은 간 데 없고 지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짙은 잿빛 갯벌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물이 빠졌다가 아직 들어오기 전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찾은 전남 무안군 해제면 유월리 바닷가. 북쪽 방향의 함평과 영광을 향해 펼쳐진 갯벌은 광활했다. 건물 외부공사가 마무리 된 해안의 갯벌방문객센터를 지나 갯벌 가운데로 놓인 침식 방지시설을 따라 100여m를 들어가자 갯골(썰물 때 갯벌 사이로 난 물길) 쪽을 향해 설치된 목재 탐방로가 보였다. 물이 들면 잠겼다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잠수교형 목교(木橋)다.
탐방로를 따라 갯벌 가운데로 깊숙이 들어갔다. 모래와 진흙이 적당히 섞인 갯벌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수없이 뚫린 구멍 주변에는 붉은발농게와 꽃게들이 탐방객의 발걸음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물기를 머금은 갯벌 곳곳에서 짱뚱어와 망둥어가 꼼지락거렸다.
이곳 해안에서 북쪽으로 5㎞ 남짓 떨어진 도리포. 작은 포구에는 소형 어선이 수시로 드나든다. 배에서 내린 어민들은 갯벌에서 갓 잡은 낙지가 담긴 커다란 비닐 포대를 포구 앞 낙지 음식점에 넘긴다. 한 접(20마리)에 중간 크기는 6만~7만원, 큰 것은 9만~10만원까지 받아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횟집을 운영하는 조평수(49)씨는 "낙지가 제철을 맞은 요즘 어민들이 3시간 작업에 적게는 두 접에서 많게는 다섯 접까지 잡아온다"고 말했다.
◆ 원시성 간직한 갯벌
지난 1월 연안 습지로는 국내 2번째, 전체 습지로는 8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무안 갯벌은 전남 무안군 해제면과 현경면 일대 35.6㎢에 걸쳐 있다. 갯벌을 포함한 함평만(일명 함해만)은 입구가 좁고 안쪽이 넓은 전형적인 내만(內灣)으로 만의 길이는 17㎞, 면적은 344㎢에 이른다. 해안을 따라 백사장과 섬, 갯벌이 펼쳐져 경관이 아름답고 오염원이 없는 청정환경을 갖춘 곳으로 갯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특이한 갯벌로 평가받고 있다. 침식된 토양과 사구의 영향으로 특수한 지질을 갖고 있으며, 해안선은 어패류의 산란·서식처 역할을 한다. 칠면초와 나문재 등 24종의 염생식물을 비롯, 알락꼬리마도요 등 28종의 조류와 50종의 연체동물, 어류·패류·갑각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 ▲ 무안 갯벌에서 낙지잡이 체험에 나선 관광객들. /무안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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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식(49) 목포대 갯벌연구소장은 "무안 갯벌은 방조제 등 인공 구조물이 없어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고, 다양한 퇴적상이 나타나며, 생물 종 다양성이 풍부한 보기 드문 습지"라고 말했다.
이곳은 또 단순한 보존·관리 대상이 아니라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철 따라 낙지와 소라, 바지락, 숭어, 보리새우 등을 잡아 소득을 올린다. 이곳 갯벌에서 자란 무안 낙지는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 ▲ 하늘에서 바라본 전남 무안갯벌. 지난 1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무안의 청정 갯벌은 낙 지와 게, 짱뚱어 등 해산자원이 풍부해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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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객센터 내년 개관
무안군은 갯벌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생태 체험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2003년부터 197억원을 들여 갯벌방문객센터와 해양오염 방지시설, 갯벌생태공원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해왔다.
유월리 해안에는 지하 1~지상 2층 연면적 3277㎡ 규모의 갯벌방문객센터가 세워져 내부 전시물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학습관·전시관·영상관 등 갯벌 생태를 체험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꾸며져 내년 7월 문을 연다. 센터를 포함한 일대 5만857㎡ 부지에 갯벌 체험장과 탐방로·체험로 등을 갖춘 갯벌생태공원이 조성된다. 2006년부터 '시민모니터링제도'를 도입, 지역 주민·NGO 등이 참여해 자율 관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무안IC로 나와 무안읍 군청 삼거리에서 해제반도 쪽으로 우회전, 20여 ㎞를 달리면 수암사거리. 여기서 우회전해 2.5㎞를 가면 갯벌센터가 나온다. 광주~무안 고속도로에서는 북무안IC로 나와 해제 방면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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