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현대重 "현대건설? 우린 몰라"

  • 등록 2008-02-22 오전 9:49:00

    수정 2008-02-22 오전 9:49:00

[이데일리 민재용기자] "현대건설 인수요?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습니다."(현대중공업 사장)

"경제적 측면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꼭 필요합니다."(현대상선 사장)

현대건설은 올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대어 중 대어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이 인수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이 두 회사 관계자들의 대외발언은 항상 뚜렷하게 대비된다.
 
현대그룹측이 적극적이라면 현대중공업측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최길선 현대중공업(009540) 사장은 지난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행사가 열렸던 서울의 한 호텔에서 현대건설(000720) M&A 여부를 묻자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최근 강수현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에만 관심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된데 대해서도 최 사장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닐텐데 좀 와전된 듯 하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런 태도다.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 또는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범현대가와의 재결집'통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과는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의 라이벌인 현대상선(011200)은 적극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성만 사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그룹의 승계라는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꼭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만만찮기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현재 양측의 대외발언이 어떻든간에 결국 현대건설 M&A에서 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현대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고 정주영 회장을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를 창사이래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 광고에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과거 '왕자의 난'때 없어졌던 현대 계동 사옥의 현대 표지석이 복원된 것이나 한라그룹의 만도인수 때 KCC(002380)가 측면에서 지원한 것 역시 범 현대가가 언제든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현대건설 출신 임원 2명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울산공장 매립 공사를 현대건설에 발주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인수에 관심이 있어도 지나치게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사정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나 지나치게 '모르쇠' 스타일로 일관하는 자세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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