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출입문을 완전히 통제하며 이를 지켜보는 국회경비대 지휘부. (사진=한광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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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군경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저지하며 투표를 막아섰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3일 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야 의원들은 비상계엄 해지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위해 국회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국회경비대는 오후 10시 30분께 긴급 담화 발표 직후부터 국회 출입 차단에 들어갔다. 당초 국회의원과 보좌진, 취재진 등 국회 출입증이 있는 경우 출입을 허가했지만 오후 11시 무렵 국회경비대는 국회 출입구를 전면 차단했다.
| 국회 출입을 완전히 통제한 후 경비대책을 의논하고 있는 국회경비대 지휘부. (사진=한광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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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현태 국회경비대장(총경)은 현장에 나와 직접 국회 출입문 통제를 지시했다. 시민, 보좌진 등이 뒤섞인 인파가 경비대를 향해 “위법한 계엄령에 동조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물리력을 동원해 이들을 진압했다. 이로 인해 국회로 진입하려던 의원들조차 국회 출입이 차단돼 월담을 시도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목 대장은 이후 월담을 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해당 구역에 대한 통제를 지시했다. 수시로 부하들과 함께 국회 출입문 곳곳을 다니며 전면적인 통제를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출입문 밖에서 거세게 항의했지만 목 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철저한 차단을 지시했다.
이후 목 대장은 정문 앞 인파가 많아지자 부하직원들에게 경찰 지원 인력 도착 시점에 대해 묻거나, 공수부대의 도착 및 현재 위치 등을 수시로 파악하기도 했다. 한 부하 경찰관으로부터 “비번 직원까지 복귀할 예정”, “공수부대가 헬기에서 내려서 본관을 둘러싸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 모습도 포착됐다.
| 국회 본관 앞에서 소총으로 중무장한 채 시민들과 대치 중인 공수부대원 모습. (사진=한광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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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취재진이 명함을 건네며 “무슨 이유로 차단하느냐”고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대신 부하 경찰관이 “의원들도 전면 출입 통제”라고 답했다. 해당 경찰관에게 ‘누구 지시를 받았느냐’고 묻자 “그걸 제가 왜 말해드려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입장도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황당 답변이 돌아왔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정문을 통제하는 사이, 공수부대는 헬리콥터를 타고 국회 본관에 속속 집결했다. 이들은 국회 본관 앞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채 시민과 보좌진들을 위협했다. 시민과 보좌진들이 “너네 엮이면 안 돼”라고 경고를 보내자 웃는 공수부대원의 모습도 포착됐다. 또 다른 공수부대원은 취재진이 얼굴을 촬영하자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다가, 급기야는 촬영 중이던 휴대전화를 뺏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 국회 본관 앞에서 소총으로 중무장한 채 시민들과 대치 중인 공수부대원 모습. (사진=한광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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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좌진이 국회 우측 창문을 통해 국회 본관에 진입하자, 소총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들은 해당 창문으로 들어가 보좌진들을 강하게 밀쳤다. 건장한 공수부대원들 중 일부는 방패나 몸으로 보좌진들과 시민을 강하게 밀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모여 표결이 임박해 오던 상황에서 공수부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얘들은 부사관이 아니라 일반 사병이다. 이런 사병들까지 중무장한 채 시민들과 맞서게 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 정문 앞에 일자로 진을 치고 보좌진 및 시민들을 강하게 밀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일부 취재진이 팔이 꺾이고 물리적 충돌로 넘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국회 본관 입구 앞에서 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채 시민들과 대치하다 자신을 촬영하는 취재진을 노려보는 공수부대원.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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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에도 공수부대원들은 한동안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빨리 돌아가라”고 외치는 보좌진과 시민들을 매섭게 노려보기도 했다. 이들이 뒤늦게 철수를 시작하자 국회 본관 앞에 있던 시민들과 보좌진은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 계엄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후 국회 경내에서 철수하는 공수부대 행렬. (사진=한광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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