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하다 대장 망가진 이유

  • 등록 2008-09-19 오후 12:11:00

    수정 2008-09-19 오후 12:11:00

[조선일보 제공] 다이어트 때문에 생긴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30대 주부 P씨가 찾아왔다. 살을 빼려고 단식원에도 다섯 차례나 갔었다는 그녀는 놀랍게도 거의 10년 동안 매일 설사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장운동 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니 그녀의 대장은 연동운동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까지 와있었다. 특히 횡행결장 부위가 아주 늘어져서 정상 크기의 3배 정도로 커지는 바람에, 이미 변비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지경이었다. 반복적인 설사약 복용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섭취 불균형으로 대장 근육이 스스로 운동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특발성 대장무력증’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P씨처럼 다이어트로 인해 변비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특히 상당수 젊은 여성들이 심각한 변비를 앓고 있다. 이는 다이어트가 대장과 항문 기능을 약화시켜 변비로 진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원장은 “일반적으로는 변비가 만성이 되어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과 증상을 파악한 후 식습관 개선과 배변훈련, 운동요법 등을 실시한다면 대부분 증세가 호전된다”며 “수술은 선천성 거대결장증이나 직장류 등 배변활동과 연관된 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만 실시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의 자기조절 기능에 무리가 온 것을 모른 채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하고 그냥 견디는 것이다. 변비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감기가 만병의 원인으로 발전하듯 변비도 쉽게 생각하고 방치하면 장 질환이나 각종 항문병으로 이어진다. 여드름을 유발해 젊은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피부를 망칠 수도 있다. 일시적 변비가 아니라면 단순한 설사약 복용이나 무작정 참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상우 교수는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 중엔 다이어트로 인해 변비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변비약을 먹어도 한 달 이상 변비가 지속될 땐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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