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상법개정안, 투기자본에 악용될 수도"

'상법개정안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 의견' 발표
한경연 "자발적으로 기업 개선을 유도하는 게 효과적"
  • 등록 2017-02-12 오전 11:00:00

    수정 2017-02-12 오전 11:00:00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여소야대’ 국회가 재벌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경제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침묵을 지키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연구기관도 개정안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내놓은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개정안은 대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을 3% 이상 발휘할 수 없다. 이전까지는 대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한경연은 이 개정안이 도입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했더라도 일명 ‘지분 쪼개기’로 원하는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외국계 자본 소버린이 SK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지분을 2.99%로 쪼개 의결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또 이번 개정안은 원하지 않는 기업까지 집중투표제를 강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기존 상법은 출석주주 3분의2 이상 찬성했을 때 기업 정관을 변경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20여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의무 도입 국가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뿐이다.

한경연이 가장 우려하는 제도 중 하나는 다중대표소송제다. 이 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50%만 보유해도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경연은 자회사 평균 지분율이 75%가 넘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에서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우리사주조합에 속하는 주주에게만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주는 건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경연은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일부 주주에게 과도한 의결권을 부여하므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경영권 방어제도를 외면하고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규제를 도입해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만 부추긴다”라며 “개별 기업이 준법지원제 등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상법개정안 개념·취지와 문제점(출처=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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