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세대의 눈물]40대 '응사' 추억여행에 열광하다

20년전 X세대 가족 부양·생존위한 경쟁에 지쳐
응사 추억여행에 좋았던 시절 향수 느껴
  • 등록 2013-12-13 오전 9:30:00

    수정 2013-12-13 오전 9:38:10

20년전 X세대였던 40대들은 ‘응답하라 1994’를 시청하며 좋았던 시절을 회고한다. 그들이 ‘응사’에 열광하는 이유다. (사진=tvN)
[이데일리 김정민 장종원 최선 기자]“1994년,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최고시청률 9.6%. 동시간대 지상파도 눌렀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65만명의 94학번과 수백만명의 40대들이 ‘응사앓이’ 중이다.

20년 전 ‘X세대’로 불렸던 그들은 당당했으며 개성이 넘쳤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에 발을 디디자마자 맞이한 현실은 IMF 외환위기.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직장을 구했지만 현실은 전쟁터였다. 수시로 단행되는 구조조정에 동료 선후배들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아수라장을 헤치면서 나이를 먹어간 그들은 불안한 미래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삶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야 했다.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응사’에 그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846만8000명의 40대(40~49세)가 산다. 이들 10명 중 8명은 돈벌이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 직장인(경제활동 참가율 80.2%·고용률 78.7%)이다.

기업에서는 과장·차장·팀장 등 중간 관리자로, 회사를 지탱하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는 ‘실적 압박’, 아래론 후배들의 ‘실력 압박’에 시달리기 일쑤다. 서울에 있는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박모(42)씨는 직장생활 14년차 차장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작년까지만 경쟁사였다. 전 직장 동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했지만 두 아이와 아내를 위해 회사를 옮겼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3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은 이직 사유로 ‘급여 수준’을 1순위(65.8%)로 꼽았다.

박 차장은 “연봉이 올랐지만 그만큼 일도 늘어 제시간에 퇴근해 본 기억이 드물다”며 “굴러들어온 돌이다보니 유능한 후배들이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본인 포함 평균 3.68명의 식구들을 돌봐야하는 40대는 한달에 평균 426만원을 벌어 330만원을 생활비와 대출금 이자 등으로 쓴다. 그러나 보이지 않게 지출되는 부모님 용돈과 교육비 등으로 대부분 가구가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가 40대인 가구의 자산 보유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평균 3억3115만원으로 전년(3억4187만원) 대비 3.1%(1072만원) 줄었다. 전체 가구의 자산이 지난해 3억2324만원에서 올해 3억2557만원으로 0.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40대의 자산 감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내는 가정이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응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중 은퇴 후를 위한 재정적 준비를 시작한 경우는 44.6%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노후 준비에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실에 지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응사 세대’들에게는 지금 ‘힐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년은 남은 후반기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재정립하는 시기”라며 “취미 생활을 찾거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의미있는 활동을 찾아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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