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술유출과 특허전을 보는 삼성의 시선

OLED TV 없어진 사고..기술유출 벌써 우려
애플과의 디자인 특허전에서는 논리 뒤엉켜
HW만큼 SW에 대한 철학도 더 키워야
  • 등록 2012-09-05 오전 10:01:54

    수정 2012-09-05 오전 10:01:54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삼성전자(005930)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발칵 뒤집혔다. 시판되지도 않은 ‘작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감쪽같이 없어진 탓이다. 분실인지 도난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찰 수사 전부터 기술유출 얘기가 흘러나왔다. 삼성전자에겐 경쟁사들의 조직적 도난이 심증 수준을 넘어선 듯하다.

이 같은 삼성의 확신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그룹 전체의 ‘뿌리’라는 인식이다. 특히 OLED는 디스플레이의 맹주 LCD를 대신할 부품이다. OLED에 대한 삼성의 시선은, 흡사 막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부모의 그것과 같다. 최근 LG와의 OLED 기술유출 사건을 두고도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격노하는 이유다.

그 기저에는 하드웨어 제조업의 기본이 흐른다.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을 장악하면 전자제품 전반에 걸쳐 원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을 체득했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를 보면, 62명의 최고위경영진(부사장 이상, 이건희 회장 제외) 중 60명이 하드웨어 전문가다. 하드웨어 기술이 곧 돈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인사들이다.

이런 삼성에게 애플과의 특허소송은 참 당혹스런 경험이다.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형태 ▲직사각형 모양의 화면이 있는 형태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다고 해서 1조2000억원이나 물라는 평결에 어안이 벙벙했다. “둥근 모서리는 그간 누구나 써온 것인데, 그런 게 무슨 기술인가”라는 하소연은 삼성의 진심이었다.

재밌는 것은 삼성전자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지난 2006년 국내 특허청에 출원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답은 더 재밌다. “그런 사소한 것도 일단 특허는 신청해놓는 것 아니냐.”

스스로 특허라고 인정했던 것을 두고, 한참 후에 특허가 아니라고 한 꼴이다. 디자인 같은 소프트웨어의 특허에 대한 철학 자체가 전무했다는 결론은 자연스럽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꼈는지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디자인 특허에 대한 시선을 얘기하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의 부상 이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소프트웨어를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최고위경영진 중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실장과 이호수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정도다. 원가절감을 앞세운 하드웨어식 규모의 경제학과는 다른 ‘소프트웨어 경제학’을 강조하는 경영진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룹 특성상 다른 계열사에도 있을 리 만무하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전쟁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다. 동시에 소프트웨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계기도 돼야 한다. OLED 같은 핵심 하드웨어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소프트웨어에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 난무할 글로벌 특허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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