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조개

부드럽고도 탱탱한 속살… 이 모순적 맛이여
  • 등록 2009-05-07 오후 12:20:01

    수정 2009-05-07 오후 12:20:01

[조선일보 제공]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장 쉽게 봄 조개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인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 어시장,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요즘 이곳 시장에는 광어, 밴댕이, 병어 따위 생선과 알이 통통하게 들어찬 꽃게와 주꾸미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손님 중에는 조개 맛 때문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적잖다. 옛 어른들은 "봄 조개, 가을 전어"라고 했다. 아무렴, 옛 어른들이 허튼소리 하셨겠는가. 소래포구에서 맛본 조개구이, 기가 막힌다. 아무런 양념도 하지 않고 석쇠에 굽기만 했을 뿐이건만, 조개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마치 버터구이라도 한 것처럼 달고 고소하다. 조갯살은 부드러우면서 탱탱한, 모순적인 미각을 선물한다.

조개를 이렇게 늦게 먹어도 위험하지는 않을까? 경기도 시흥 오이도 수산물직판장 '하나네 패류' 이종란씨는 "조개는 지금부터 가을까지 먹는다"고 했다. "굴하고 홍합만 안 먹으면 돼요."

▲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개는 20여 가지나 된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름으로 구분 표기했다.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 김용민 박사는“공식적으로 왕꼬막과 새꼬막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며“'삐죽'의 정식 이름은 떡조개, ‘웅피’는 북방대합, ‘맛조개’는 가리맛, ‘돌조개’는 개량조개류”라고 했다.

인천 연안부두 '칠성네' 주인은 "구워 먹거나 쪄 먹으면 맛있다"며 웅피, 가리비, 칼조개, 왕꼬막, 피조개, 홍합, 바지락, 맛, 골뱅이, 대합, 소라, 동죽 등 열 가지가 넘는 조개를 골라줬다. "조개는 구워 먹는 게 제일 좋죠. 없으면 찜통에다가 물 조금 넣고 삶아 먹어도 맛있고요. 초고추장만 찍어 드시면 훌륭하죠."

칠성네 주인은 촘촘하게 골이 파인 큼직한 조개를 집어들었다. "웅피란 조개인데, 새조개 맛이 나요. 새조개는 겨울 석 달밖에 안 나오니까 새조개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죠. 구이도 좋지만 특히 샤부샤부로 좋죠. 삐죽은 아린 맛이 나서 날로는 못 먹어요. 근데 국 끓이면 되게 맛있어요."

홍합은 해초가 덕지덕지 붙은 것과 매끈하고 깨끗한 두 종류가 있다. "해초가 붙은 게 자연산이에요. 자연산은 육질이 질겨서 알맹이만 먹기는 좋지 않지만 국물이 좋아요."

인천 소래포구 '쌍둥이조개구이' 정규녀씨는 "가리비는 내장은 따서 버리라"고 알려줬다. "가리비가 바다 속에서 수은을 먹고 자라거든요. 그게 내장에 축적돼 있으니 내장만 제거하면 돼요. 거무스름 푸르스름한 색 나는 부분 있죠? 그게 내장이에요. 소라는 쓸개를 먹지 마세요. 독성 때문에 머리 아프니까. 뒤로 튀어나온 새파란 부분이 쓸개니까 잘라내세요."

백합은 인천 쪽에서는 '상합', 북한에서는 '대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회, 구이, 찜, 탕, 볶음, 죽 어떻게 먹어도 훌륭하다. 맛조개는 껍데기째 탕을 끓이면 시원하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달다. 국산은 까맣고, 노라면 중국산일 확률이 높다. 소라는 꼬들꼬들 차진 육질을 씹을수록 진한 감칠맛이 배 나온다.

모시조개는 조개 중 국물이 최고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호박산이 다른 조개의 10배인데다, 단맛을 내는 글리신도 듬뿍 들었다. 조갯살과 껍데기 발 사이에 있는 체액에 농축돼 있으니 껍데기째 끓인다. 바지락도 모시조개 못잖게 달고 뽀얀 국물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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