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구사주 문제 매듭 풀릴까

외환은행 "구사주 소송과 현대건설 매각은 별개"
산은·우리은행 협조없인 기대 난망…여론 환기 시도
  • 등록 2008-04-17 오전 9:15:51

    수정 2008-04-17 오전 10:40:49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오늘(17일) 오후 개최될 현대건설(000720) 주주협의회에서는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이 산업은행에 맞서 내놓을 해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외환은행(004940)은 산업은행이 제기하고 있는 현대건설 구(舊)사주 문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갈 예정이어서 좌초될 위기에 놓인 현대건설 매각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외환은행, 잠재인수자로 구사주 인정할 듯

외환은행은 17일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건설 매각 지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여타 은행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대건설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구사주 문제에 대해 주관기관으로서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구사주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사주와 관련한 소송 결과를 지켜본 후 매각작업을 진행해야한다는 산업은행과는 달리 외환은행의 입장은 `구사주 소송과 현대건설 매각은 별개`라는 것.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물인 현대건설에는 이상이 없는데, 하나의 기관이 잠재적인 인수자에 이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때문에 M&A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잠재 인수자의 적정성 여부는 채권단이 패널티 등 평가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면 될 일"이라고 말해, 구사주에게 입찰 참여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부실책임과 관련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관련 임직원을 상대로 115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소송이 결론나기까지는 3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매각 준칙의 반전`…현대그룹 혜택보나

지난 2006년 5월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후 산업은행은 2년동안 구사주 문제를 내걸면서 매각작업 착수에 동의하지 않아왔다. 부실 책임 소지가 있는 구사주 관련 기업에게 다시 현대건설을 넘긴다면 뒤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의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 12조1항에서도 "부실책임이 있는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명기돼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2001년 현대건설의 워크아웃 결정 당시 대주주였던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 부자의 승계자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어렵다. 구 사주의 범위를 좀 더 넓힌다면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009540)현대자동차(005380)도 제외될 수 있다.

그러나 매각준칙에는 단서조항이 붙어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라는 대목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에 대해 직접적인 자구노력만 총 4444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3739억원 규모의 사재출연과 보유주식 소각을 단행했고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들도 1366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상환유예 등을 실시했다는 것.

현대아산이 현대건설과의 공동 수주를 받는 등 공사 물량을 통해 간접 지원한 것도 6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자구노력이 인정 받는다면 오히려 현대그룹은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외환은행은 "구사주가 당시 현대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대북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KCC, 두산 등도 잠재 인수자로 꼽히고 있다.

다만, 매각준칙은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주주협의회 내에서의 의견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 산업은행 요지부동…외환銀 공론화 전략 먹힐까

문제는 산업은행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외환은행(24.99%) 다음으로 의결권이 많은 산업은행(22.48%)의 동의 없이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주주협의회에 참석은 하겠지만, 주로 듣기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구사주 문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수차례 한 것에 착안해, 구사주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산업은행을 압박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구사주 문제를 공론화시켜 그 문제를 제기해왔던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든 논의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구사주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개시하겠다는 의도.

그렇지만 산업은행이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오늘 회의에서 결론이 도출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은 현대건설을 뒤로 하고 이미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매각 개시를 발표했다.

외환은행, 산업은행과 함께 현대건설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여타 주주들간 협공으로 타개책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생산적인 회의가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구사주 문제로 2년동안 시간을 끌고 있는 산업은행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오늘 주주협의회에서도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지분율은 외환은행이 12.4%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11.2%, 우리은행 10.6%, 국민은행 5%, 신한은행 4%, 농협 3.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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