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지스틱스, 7월내 상장 물거품..우리블랙스톤의 선택은

로지스틱스에 투자한 우리블랙스톤PEF 상장 조건 내걸어
현대상선, 1200억 이상 토해내야..계약연장해도 부담 여전
  • 등록 2013-05-31 오전 9:50:30

    수정 2013-05-31 오후 2:25:24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현대로지스틱스가 7월내 상장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주요주주인 현대상선(011200)이 1200억원 이상을 토해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로지스틱스는 최근 상장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원하던 수준의 몸값을 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1분기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긴 했지만 흑자는 유지했다. 하지만 24.06%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1444억원의 순손실을 보면서 지분법손실이 421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우리블랙스톤PEF가 2011년 현대로지스틱스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올해 7월까지 상장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주요주주인 현대상선이 연복리 8.5%의 이자율을 적용해 지분을 되사는 풋옵션 조항도 넣었다.

따라서 우리블랙스톤PEF는 7월이 지나면 당장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현대상선 측은 일단 “우리블랙스톤PEF와 계약 연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현대상선의 기대처럼 우리블랙스톤PEF가 계약 연장에 선뜻 응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국내 택배회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18배 가량이다.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난해 실적에 이를 적용하면 주당 적정가격은 1만원을 넘지 못한다.

지분법 순익이 반영되지 않는 EV/EBITDA(적정가치/감가상각전영업이익)를 적용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준 현대로지스틱스의 EBITDA는 289억원으로 업계 최대인 12배수를 적용해도 적정 기업가치는 35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순차입금 2778억원을 제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690억원대에 불과하다. 지난해말 현대로지스틱스의 자본금 900억원에도 못 미쳐 우리블랙스톤PEF 입장에선 상장에 따른 메리트가 별로 없다.

우리블랙스톤PEF와 계약을 1년 연장하더라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이자가 복리로 늘면서 상환금액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블랙스톤PEF는 2011년 당시 주당 1만6500원에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매입했다. 하지만 2년만에 풋옵션 행사가격은 1만9424원으로 높아졌다. 이번에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면 내년 1월에는 2만1075원으로 올라가 현대상선의 상환부담이 더 커진다.

결국 앞으로 1년간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져 공모가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우리블랙스톤PEF는 상장 대신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대상선의 재무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올 1분기 1318억원의 현금순유출을 나타냈다”면서 “그동안 영업실적 부진으로 차입금을 확대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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