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적률 500% 인상 공약과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불러온 재건축 기대심리가 리모델링 정비사업을 이제 막 활성화하려는 1기 신도시에 찬물을 끼얹을지, 아니면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尹국정과제서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 빠져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정치권,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수위가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로 내놓은 부동산정책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1기신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1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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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신도시는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다. 용적률이 다소 높아 사업성이 좋지 않아 재건축보다 빠른 정비사업인 리모델링에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일산이 169%로 가장 낮고 이어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순이다. 용적률이 200%가 넘는 곳에서는 기반시설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넣고 초과이익(3000만원 초과시 10~50%)까지 환수하면 재건축을 통한 분양수익 등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 당선인의 공약사항에도 주택법과 별도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과 함께 리모델링 수직과 수평 증축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리모델링 공약 이행안은 빠졌다.
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를 위해선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특성에 따라 더 적합한 사업 방식이 갈리기 때문이다. 재건축만 지원해서는 오히려 사업성이 없어 소외되는 단지들이 나온다는 우려도 나온다.
1기 신도시 한 정비사업 관련 공무원은 “300%로 용적률을 올려도 현재 용적률 200%가 넘는 단지들은 기부채납 등을 하고 나면 사업성이 빠듯한 곳이 많다”고 했다.
게다가 용적률 500% 인상 공약은 실행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앞서 “어느 특정 지역에 용적률을 통으로 500% 준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잘 진행되고 있던 리모델링 추진단지마저 재건축 이슈에 사업 진행이 주춤하고 더뎌지는 분위기다”며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방향에 대한 정책을 이른 시일 내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선 수직증축 기준 정비와 리모델링의 법적 가이드라인격인 ‘리모델링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먼저 수직증축은 정부가 지난 2014년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허용했지만 현재까지 통과한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 단 1곳뿐이다. 지반 등 구조안전성을 살피는 2차 안전성 검토가 워낙 까다로워서다. 수직증축은 사업성을 담보하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기술검증에 대한 정책적 제시가 안 된 상태다. 여기에 내력벽철거 허용 여부도 여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리모델링 전문가들은 주택법과는 독립적인 리모델링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이 법률안은 현재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 한 상태이며 국회에 계류돼 있다.
리모델링vs재건축…커지는 주민갈등
1기 신도시에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리모델링조합들은 고심에 빠졌다.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다. 재건축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리모델링조합을 해산 후 발족하면 되지만 매몰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이미 리모델링조합을 설립한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매몰비용을 떠안더라도 리모델링 해산 이후 재건축조합을 다시 설립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평촌동의 또 다른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는 조합 설립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재건축조합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립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모델링조합을 설립 한 이후에라도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원하면 얼마든지 해산 후 재건축조합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그동안 들였던 비용을 모두 떠안고 가야하기 때문에 분담금은 더 늘어날 수 있어 전환에 따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