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아나운서 "노브라 생방송,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등록 2020-02-15 오전 11:54:01

    수정 2020-02-15 오후 3:53:1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MBC 다큐멘터리 ‘시리즈M’을 통해 ‘노브라 데이’를 체험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소감을 전하며, 댓글로 성희롱하는 악플러에게 일침을 가했다.

임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노브라 데이 체험 글 일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옮겼다.

그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 MBC ‘생방송 오늘 아침’ 녹화에 참여하는 등 하루를 지냈고,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시청자들에게서도 어떤 항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만약, 내가 지금 노브라를 하고 방송을 하고 있다는 걸 실시간으로 알았다면 또 어느 시청자는 방송을 하는 내내 나의 가슴에 집중하지 않았을까”라며 “실제로 현장에서도 몇몇 스태프들에게 ‘저 지금 노브라에요’라고 말하면 갑자기 표정이 어색해지며 시선을 멀리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임 아나운서는 그럼에도 “스스로 자유로워지니 남의 시선도 신경 쓰이지 않게 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사진=MBC 다큐멘터리 ‘시리즈M’)
특히 ‘노브라’ 관련 녹화를 진행할수록 남성 제작진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고.

임 아나운서는 “스튜디오 촬영 날 (남성 제작진이) 브래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배치하는 장면을 보며 웃음이 났다. ‘원래 이렇게 자연스러웠냐’(고 묻자) ‘아뇨. 브래지어를 하도 이야기하고 알고 나니 이제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라고 답하더라)”라며 “남자 PD는 이전에 브래지어에 와이어가 있다는 사실도, 그 때문에 많은 여성이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해가 이해를 낳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니 혹여 노브라 기사에 성희롱적인 댓글을 다는 남자들이 있다면 어느 더운 여름날, 꼭 하루는 브래지어를 차고 생활해 보길 권한다”고 전했다.

임 아나운서는 또 다른 SNS 게시글에서 “1겹의 속옷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1인치의 장벽 봉준호 감독 오마주)”라며 “노브라로 생방송 하던 날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겉으로 티 나지 않아서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렇게 해보고 나니 이젠 뭐 어떤가 싶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뭐든 시작이 망설여지는 법”이라며 “공감과 변화는 서서히”라면서 글을 맺었다.

임 아나운서는 지난 2018년 안경을 쓰고 MBC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남성 앵커나 아나운서와 달리 여성에게 안경은 암묵적인 금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코르셋’ 행보로 화제가 되며 지지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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