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신약 판권 쟁탈전 과열양상..남는건 있을까

종근당, 대웅제약 간판제품 2개 판권 확보..내년 1천억대 매출 추가
제약사들 외형 확대 목표 경쟁과열..경쟁사 제품 판권 뺏기 확산
"다국적사 배만 불리는 제살 깎아먹기" 비판 제기
  • 등록 2016-01-01 오전 7:00:00

    수정 2016-01-01 오전 7: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사들의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권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외형 확대를 위해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사들의 간판 제품을 가로채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국내사들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한국MSD의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의 판매를 종근당(185750)이 담당키로 했다. MSD 관계자는 “현재 종근당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했다.

지난 2008년 국내 발매된 자누비아는 복합제 ‘자누메트’를 포함해 지난해 994억원(자누비아 436억원, 자누메트 558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한 대형 제품이다. 지난 2008년부터 대웅제약(069620)이 MSD와 8년 동안 자누비아의 공동 판매를 진행했지만 내년부터 제휴 파트너가 종근당으로 바뀌는 셈이다. 대웅제약과 MSD와의 계약은 올해 말까지다.

종근당은 최근 대웅제약이 지난 2000년부터 판매해왔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도 내년 2월부터 판매를 담당키로 했다. 글리아티린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657억원이다.

내년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가는 ‘글리아티린’(왼쪽)과 ‘자누비아’
대웅제약이 지난해 글리아티린과 자누비아를 판매하면서 기록한 1651억원의 처방실적이 내년부터 종근당으로 넘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 2개의 이적으로 양사간 매출 규모가 뒤바뀔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대웅제약(7272억원)과 종근당(5441억원)의 매출 격차는 1831억원이다.

최근 국내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쟁업체가 오랫동안 판매하며 육성한 제품의 판권을 가져가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유한양행 매출 1조원 달성의 일등공신인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당뇨치료제 ‘트라젠타’ 등 도입 신약 대부분은 국내 발매를 시작하면서 장착했다.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 정도만이 대웅제약으로부터 판권을 가져왔다. 지난 9월부터 녹십자가 판매를 담당한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경우 2013년 1년 동안만 보령제약이 판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제약사들에 한번 판권을 맡기면 시장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계약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도 “최근 국내사들의 판권 구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이 입맛에 맞는 판매업체를 고르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주요 의약품 판권 이전 사례
종근당 뿐 아니라 영업력을 갖춘 상당수 메이저 제약사들도 굵직한 신약 장착을 위해 기존 국내업체와 제휴를 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에도 러브콜을 쏟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제약(제네릭) 시장이 과열경쟁으로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단기간내 외형을 늘리기 위해선 다국적제약사의 대형 신약 판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은 다국적제약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직접 유통하는 방식으로 제휴 관계를 유지한다. 이를테면 보험약가 100원짜리 제품을 50원에 구매해 100원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50원으로 마케팅 비용이나 인건비를 충당하는 셈이다. 국내업체가 유통을 담당하기 때문에 신약 매출이 모두 국내제약사에도 잡히는 구조다. 상위 제약사들의 경우 많게는 1000명 이상의 영업사원들이 포진해있어 신제품을 더 많이 들여오더라도 충분히 영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최근에는 국내 업체간 과도한 판권 확보 경쟁으로 원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판권을 회수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반영할 정도로 다국적제약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 제휴를 맺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외형 확대만을 목표로 터무니없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면서 “결국 다국적제약사의 매출을 늘려주면서 수익성은 악화되는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확산되는 추세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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