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사라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월세 확산을 ‘시장 정상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적정 임대수익률에 기초해 집값이 조정되면 주택가격의 거품을 자연스럽게 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세 전환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이자율인 월세이율은 수년째 하락세다. 전세 보증금 1000만원 짜리 집이면 월세 전환시 세가 10만원(월세이율 1%) 꼴이었으나 현재 수도권의 평균 월세이율은 0.85%까지 하락했다. 임대인들의 선호로 공급이 늘어났지만 수요가 따라주지 못해 빚어진 결과다.
월세이율은 전세보증금 총액이 큰 고가주택일수록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서울 잠실아파트의 월세이율은 0.5% 선이다. 반면 도심 내 전셋값 1억원 이하 저가주택엔 여전히 최대 ‘1부 이자’(월세이율 1%)가 적용된다. 같은 보증금을 월세로 돌려도 영세 세입자가 고가전세 세입자보다 두 배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런 양상이 ‘특정 세대’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억원 이하 저가 전세주택 세입자의 약 42%(109만5575가구)는 2030세대다. 범위를 전세금 5000만~1억원 사이로 좁히면 청년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5060세대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는 순간 2030세대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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