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긴급 회의에서 성명서를 채택하지 못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나흘 만에 늑장 성명을 내놨다. 그나마도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로 인해 군부를 직접 규탄하는 내용은 빠져 ‘속이 비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쿠데타로 전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2일 군사정부 장관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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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안보리 이사국들은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의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구금된 모든 사람의 즉각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안보리는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언급하면서 “미얀마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접근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들의 안전을 위한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언론인 등에 대한 규제에도 우려를 표명한다”며 유엔 구호품을 실은 항공편 재개를 포함해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 접근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런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성명서에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현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이 초안을 작성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이 주도해 작성한 초안에서 성명 문구가 많이 순화됐다며 유엔에서 미얀마를 지원해 온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얀마에서의 쿠데타 발생 이후 줄곧 “미얀마가 외부 간섭이 아닌 국내 협상으로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되길 희망한다”며 타 국가들의 비난을 간접적으로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