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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달리 대안이 없는 현 상황은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로부터 비롯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타파하는 것이, 국민의당이 내세우는 ‘새정치’ 구현을 위한 주요 과제가 되었다. 이는 창당발기취지문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물론 이것을 국민의당이 처음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발표된 “정치체제 혁신을 위한 119 교수 선언”에서도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 혁파가 제시된 바 있다. 참여교수들은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놓았다. ‘비례대표제의 전면 도입을 통한 다당제의 구현’이 그것이다.
하지만 유력한 잠재적 대권주자가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그렇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기 위해 국민의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아쉽게도 창당발기취지문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4.13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는 것으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선거제도의 변화를 포함한 제도적 변화까지를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만약 총선 결과가 3당 체제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내년 대선국면에서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한 야권 단일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주장은 야당이 분당되자마자 이미 나오고 있고, 대선국면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 체제 하에서는 양당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 혁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양당체제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가 없는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119 교수 선언’이 다당제를 지향하면서, 이를 위해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이해된다.
‘새정치’가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인물로만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국회가 이미 보여주었다. 17대 국회의 초선의원 비율이 전체의 62.5%였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는 현 19대 국회도 293명의 의원 중 초선이 150명이다.(2015년11월말 기준) 사람을 바꾸어서 될 일이었으면, 우리 정치는 벌써 선진국 수준에 와 있어야 마땅하다.
새로운 비전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실천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이 국민에게 해야 할 기본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