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SK C&C 전 대표 기소..이노베이션에도 후폭풍

2009년 6월 당시 계약서에 사인한 탓..부록에 면책조항있어
정철길 전 대표 측 억울하다..재판 가면 무죄 입증 자신
SK 안팎, 그룹 위기 속 이노베이션 사장 업무 수행 우려도
  • 등록 2015-07-05 오전 11:27:56

    수정 2015-07-06 오전 10:54:3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철길 전 SK C&C(034730) 대표가 방산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에도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어서 재판 과정에서 무죄로 판명날 수도 있다. 그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CEO)를 맡고 있는 만큼, 직무 수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전 대표가 받는 혐의는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에 대한 것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정 전 사장이 SK C&C에서 공공금융사업부문장(사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6월 당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과 공모해 방위사업청을 속이고 1100억원을 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 원청업체인 하벨산에서 납품받은 EWTS를 SK C&C가 신규 연구 개발한 것처럼 꾸며 부당하게 예산을 타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합수단은 정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모 전 SK C&C EWTS 담당 전무를 구속 기소했으며, 이에 가담한 예비역 공군 준장 권모 전 SK C&C 상무 및 강모 전 일광공영 부회장도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SK C&C 측은 정 전 사장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불구속 기소된 것은 당시 EWTS 사업 총괄 임원으로서 원청업체(하벨산)와 하청업체(SK C&C)간 계약서에 사인한 이유에서인데, SK C&C는 하벨산에서 프로젝트 하청을 받으면서 특정 장비를 일광공영 것을 택하도록 강요받았고 어쩔 수없이 실제와 다른 문서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SK C&C 관계자는 “특히 금융권 사업 등에서 발주처 등은 특정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쓰도록 강제하는 예가 많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 경우”라면서 “뒤늦게 당시 납품을 요구했던 특정 장비는 일광공영이 아닌 하벨산이 이미 개발한 제품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도 찜찜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 조항을 계약서에 부록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C&C측 말을 종합하면, 이번 비리는 SK C&C나 정 전 대표가 주도한 게 아니라 원청업체인 하벨산과 발주처인 방사청, 일광공영간 비리에 뜻하지 않게 연루된 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찰 기소이후 재판이 진행돼 최종 선고가 나오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봤을 때, 정철길 전 대표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활동하면서 공판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2241억원(연결기준)을 내서 창업 후 첫 적자를 냈지만, 올해에는 국제유가 반등 및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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