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봄으로 달린다…구례 ''산수유 버스''

  • 등록 2009-03-12 오전 10:54:00

    수정 2009-03-12 오전 10:54:00

[조선일보 제공]"이거 누가 놨어요?" "우리 딸이 놨어요. 아저씨 드시라고." "고맙게 또 이런 걸 주시네…."

전남 구례 공영버스 터미널에서 산동면으로 가는 군내버스 안, 캔 커피를 소재로 봄빛 가득한 대화가 오갔다. 구례 '산수유 마을'의 유명세를 듣고 온 여행객들은 깨끗함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이는 초라한 구례 터미널에 내리면 '꽃은 도대체 어디쯤에…'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번호도 없이 행선지만 적은 군내버스(정확한 명칭은 '구례 농어촌 버스'인데 주민들은 '군내버스'라고 부른다)로 갈아타기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이런 도시인의 여러 걱정을 덜어주는 건, 기사와 승객의 따스한 대화다. "이거 산수유 마을 가는 버스인가요?" "그렇지요. 그냥 출발하면 바로 산수유 나오지요. 서울서 오셨나 본데, 산수유 마을만 가지 말고 지리산 온천도 들렀다 가세요. 뜨끈뜨끈 좋다니까…."
 
▲ 수락폭포에서 구례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 안, 창틀을 액자 삼은 듯 산수유 노란빛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전남 구례군에서 '산동 노선' 버스를 타면 구례 산수유 마을을 편하고 싸게 즐길 수 있다.

군내에서 산골짜기로 한참을 들어가야 꽃구경을 하나 싶었는데 산수유는 정말 '출발하자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터미널을 출발한 지 10분쯤, 시내를 지나 19번 국도로 들어선 버스 옆으로 푸릇푸릇한 밭이 휙휙 지나가고 밭 옆 드문드문 산수유가 인사를 했다. 터미널에서 산동면에 가까워질수록 칙칙한 무채색 스케치북에 보이지 않는 손이 노란 물감을 던지는 듯 화사함이 산에 들에 번져나갔다.

구례 군내버스 중 꽃 나들이를 돕는 것은 '산동 노선'이다. '산수유 버스'라 불려도 될 정도로 구석구석 여행객을 안내한다. 그런데 같은 '산동 노선'이라도 종점에 따라 노선이 다르다. 번호별로 똑 떨어지는 '도시 버스'만 이용하던 이들에겐 복잡하게 여겨진다. 구례군 문화관광과 서미선씨는 "목적지를 정하고, 이에 맞는 버스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 여행 계획을 짠다는 원칙만 세워두면 어렵지 않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 구례와 하동을 잇는 버스는 섬진강변 19번 국도를 달린다. 강변 녹차밭 위에 펼쳐진 매화가 탐스럽다.

'산동 노선' 버스로 가장 쉽게 닿을 수 있는 '산수유 명소'는 산내면 중동마을이다. 구례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산동 노선' 버스는 대부분 중동마을을 '찍고' 간다. 중동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 키 큰 산수유 나무 여러 그루가 낮은 담 사이로 건너다 보이는 중동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전체가 산수유로 단장 중이다. 초등학교에서 '중동 버스 정류장' 지나 오르막을 걸어 10여분 올랐더니 산수유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강아지만 왕왕 짖는 한적한 시골 마을 돌담 사이를 누비다 보면 남보다 앞서 봄을 누린다는 즐거움에 뿌듯해진다. 몸속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배출시킨다는 게르마늄 온천수로 유명한 지리산 온천이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깝다. 지리산 가족호텔(061-783-8100) 온천·사우나 이용 요금 성인 8000원.

버스에 편히 앉아 산수유 풍경을 한달음에 즐기려면 '산동 노선' 중 '수락' 행을 이용하는 게 좋다. 터미널에서 '중동마을'과 '삼성마을'을 지나 지금은 가뭄으로 물이 많이 마른 수락폭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30여분 달리는 사이 산수유와 다랑이논이 번갈아 자태를 뽐낸다.

종점인 수락폭포에 닿은 버스는 20분 후 다시 구례 터미널로 출발하는데 이 사이 정류장에서 시작되는, 산수유 가득한 오르막에 가볍게 다녀 오면 좋겠다. 다른 나무가 새싹도 틔우기 전, 보는 이 적어도 산 속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가 기특하고 귀엽다. '수락폭포행 버스'는 약 두 시간에 한대꼴로 드문드문 출발해 시간표 확인은 필수다. 마을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산수유를 시원하게 내려다보고 싶다면 '산동 노선-남원행' 버스를 타고 현천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전망대'에 오르면 마을 가운데 저수지에 비친 지리산과 검은 돌담 앞뒤를 물들인 산수유 꽃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돌담에 붙은 노란 무당벌레 조명에 대해 현천마을 김시현 이장은 "우리 마을 산수유를 친환경으로 재배한다는 표시"라며 "팔각정 뒤 '복산'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이 가장 멋있다"고 했다.

◆가는길

서울에서 구례까지: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 2시간 간격으로 구례 가는 우등고속버스가 출발한다. 구례 지나 화개와 하동까지 가는 버스다. 구례 서울 2만2700원. 구례에서 서울 가는 버스는 오전 7시10분~오후 7시30분 약 2시간 간격. 문의 구례 영화여객 (061)780-2731

구례 '산동 노선' 버스

산수유 명소① 중동마을 가려면: 오전 6시10분~오후 8시10분, 20~4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버스 대부분 '중동 정류소'를 지나간다. 구례~중동 요금 성인 1700원

산수유 명소② 수락폭포 가려면: 구례 터미널에서 오전 6시50분·7시55분·9시·10시50분·오후 2시40분·4시30분·6시50분 '산동노선-수락행' 버스가 출발한다. 구례터미널에서 종점인 수락폭포까지는 30~40분 정도 걸린다. 종점서 약 20분 머문 후 구례터미널로 돌아온다. 1500원

산수유 명소③ 현천마을 가려면: '산동노선-남원행' 버스를 타고 '현천'에서 내린다. 오전 6시30분·8시40분·10시20분·낮 12시10분·오후 2시·4시·5시30분 구례터미널에서 출발하고 현천마을까지는 30~40분 정도 걸린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돌아오는 버스가 '현천'에 서는 시간을 기사에게 미리 물어보면 편하다. 1500원

◆여행문의

구례군 문화관광과 (061) 780-2390 구례 군내버스 안내(구례여객) (061)782-8584 구례공영버스 터미널 (061)780-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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