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추운 동짓날
매화 81송이를 그린 그림을 벽에 붙였다
동지 다음 날부터 매화를 한 송이씩 붉게 칠한다
81송이 백매화(白梅花)가 81송이 홍매화(紅梅花)로
바뀌는 날은 경칩과 춘분의 가운데인 3월 10일
그림을 벽에서 떼고 창문을 열고
진짜 매화가 핀 봄을 맞는 낭만적 풍습이다
선비 같은 풍류(風流)도 인내도 없는지라 당장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한기(寒氣)가 여전히 왕성한 한반도에는 아직 매화를 피운 땅이 없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꽃 소식이 들렸다. 제주 전문 여행사 '대장정' 손태원 대표는 "유채꽃은 물론이고 매화, 수선화가 만발했다"고 했다. 제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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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공기가 뭍과는 사뭇 달랐다. 바람이 빠르고 강하되 차갑지 않고 온화하다. 봄 기운이 바람에 섞여 있다.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 벚꽃나무가 길을 따라 늘어섰다. 제주시에서 한라산을 넘어 섬 남쪽 서귀포에 들어서니 봄이 더욱 완연하다. 한적한 밭둑과 돌무더기에는 제주 사람들이 '말마늘'이라고 부르는 수선화를 비롯,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알록달록하다. 노란 유채꽃은 흔하다.
매화나무가 일찍 꽃을 피운다고 하지만 눈이 남아 있을 때 개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옛 그림에 즐겨 등장하는 설중매는 실제를 보고 그렸다기보다는 화가의 창조적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이 대부분이다. 숨 거두기 전 마지막 남긴 말이 "저 매화 화분에 물 줘라"였을 만큼 매화를 심하게 아낀 퇴계 이황 선생을 비롯, 많은 선비들이 매화 분재(盆栽) 화분을 방안에 들여 가꿨다. 눈이 내릴 때 매화를 감상하고 싶지만 자연적으로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애리 양지선 대표는 "매화가 2월 15일쯤부터 피기 시작했고, 20일쯤 절정을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매화가 유난히 빨리 핍디다.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것 같습니다. 매년 하루 이틀씩은 빨리 피는 것 같긴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매화가 피는 시기도 앞당겨졌지만 그만큼 지는 시기도 일러졌다. "전에는 매화가 3월 20일까지는 가더니 요즘은 3월 5일 정도면 끝나요." 그러니까 제주의 매화는 지금(2월 19일)부터 3월 초까지가 절정인 셈이다. 봄이 그리운 분들, 서둘러 제주로 오시라.
매화 보려면 휴애리에서 '봄맞이 매화축제'가 오는 3월 1일까지 열린다. 입장료(어른 6000원, 청소년·아동 3500원)만 내면 매화는 물론 공원 전체를 구경할 수 있다. 아기 흑돼지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쇼'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재미있다. 오전 9시~오후 6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2081, (064)732-2114, www.hueree.com
그밖에 온천이라는데 물이 차다. 탕 속 탄산온천수 온도는 28~29도. 시간이 지나자 파스를 붙인 듯 몸이 후끈해진다. 사이다에 담근 듯 몸에 공기방울이 달라붙는다. 물맛이 찝찔하면서 쇠 맛도 난다. 탄산온천욕이 피로회복·요통·어깨결림·동맥경화·빈혈·고혈압·심장질환 등등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다 믿진 못해도, 피부는 확실히 매끈하다. '제주산방산탄산온천'이다. 어른 1만1000원·초등생 5000원·초등생 이하 3000원, 오전 7시~오후 8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981, (064)792-8300
문의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 (064)710-3312~5·http://jejutour.go.kr, 대장정여행사 (064)738-9300·www.jazzvill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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