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이 뭐길래…조희연 퇴진 후 15명 후보 출사표

진보 10명, 보수 5명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도전장
예산 92조원, 교원 50만명에 대한 예산·인사권한
‘교육 소통령’ 막강 권한에 전직총장·교수도 출마
내달 16일 보궐선거…후보 단일화가 성패 가를 듯
  • 등록 2024-09-14 오전 7:51:55

    수정 2024-09-14 오전 7:51:55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해직교사 특채 혐의’ 유죄 확정으로 교육감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달 16일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오는 27일까지는 후보자 등록을 마감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1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전직 총장이나 현직 교수들도 이번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새삼 교육감 권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13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 서울특별시 교육감 보궐선거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사진=뉴시스)
교육청 예산 92.5조…서울만 11조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지방교육차지법에 명시된 교육감 권한은 △예산안 편성·제출 △교육규칙 제정에 관한 사항 △학교·교육기관 설치·이전·폐지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사항 등 총 17가지다.

교육감 권한 중 대표적인 것이 학교 신설이나 폐지 권한인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권한도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부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특정 학교를 자사고로 만들거나 그 지위를 박탈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교육감이다.

교육감이 갖는 예산 편성권도 상당하다. 올해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이 총 92조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11조원이, 경기도는 22조원이 넘는다. 물론 이 중 상당 부분은 인건비·학교운영비 등 고정비로 집행되지만, 20% 이상은 교육감이 역점 사업을 펼 수 있는 예산이다. 서울교육청을 예로 들면 2조원 이상을 교육·시설사업비로 쓸 수 있다.

특히 교육감은 관내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전국의 유초중고 교원은 약 51만명에 달하며, 학교 수는 2만여 곳이다. 이 중 서울의 초중고교 수는 1319곳으로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에 당선되면 이들 학교의 교감·교장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 교육장 인사권도 교육감이 갖고 있다.

이처럼 워낙 권한이 막강하다보니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도 불린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시장도 소통령으로 불리지만 선출직인 구청장 인사는 결정하지 못한다”며 “그에 비하면 교육감 권한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쯤 되면 조희연 교육감 퇴진 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가 많은 점도 납득이 된다.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후보는 진보 10명, 보수 5명 등 총 15명이다.

진보 진영에선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방현석 중앙대 교수 △안승문 전 울산시교육청 울산교육연수원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최보선 전 서울시 의원 등이, 보수 진영에선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전혁 전 국회의원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외벽에 서울시교육감보궐선거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감직선제 개선 목소리도

교육감 보궐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직선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뇌물수수 등으로 불명예 퇴직하는 교육감이 또 나오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자치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직선제는 유지하되 선거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1인당 사용한 선거비는 11억원이 넘는다. 공직선거법상 득표율 15% 이상을 얻으면 선거비를 보전받지만 이는 선거를 치른 뒤의 일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은 후보 개인이 충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물러난 교육감은 모두 12명이나 된다.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대표적이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진보 진영 상대 후보에게 단일화를 목적으로 2억원을 건낸 ‘후보 매수’ 혐의로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를 확정받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났다. 진보 진영 후보임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시민 상식 선으로 볼 때 (출마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다.

이번 보궐선거의 후보자 등록은 오는 27일 마무리 된다. 이후 다음달 11~12일 사전 투표가 진행되며, 16일 본투표가 실시된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자가 많은 만큼 향후 보궐선거 결과는 각 진영의 단일화 여부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선 보수 성향 후보자 4명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됐다. 당시 조전혁 전 의원(23.5%)과 박선영 전 의원(23.1%)의 득표율은 조 교육감(38.1%)보다 높았다.

박남기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TV·온라인 토론회를 활성화하는 등 선거비용을 낮춰주고 민주시민교육 차원에서 중·고교생들에게도 교육감 투표권을 주는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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