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시장경제 실험실이자 남북경제공동체에 못 박아”

개성은 열린 성, 박근혜정부는 북한이 변할 수 있는 기회 봉쇄
야당이 정권의 종북 놀음에 휘말려 정체성인 평화 가치 사라져
정 전 장관, 곧 정치재개… 혼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선 그어
  • 등록 2016-02-14 오전 11:45:37

    수정 2016-02-14 오전 11:45:37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연일 언론에 나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온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박근혜 정부를 질타했다.

정 전 장관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4년 12월 15일 눈발이 휘날리던 날, 저는 통일부 장관으로 개성공단의 첫 번째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허허벌판에 공장하나 덜렁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날이 있기까지는 정말 어렵고 힘든 나날들이었다”며 개성공단 건설과정을 회고했다.

정 전 장관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의 합의 이후 4년 반이 걸렸다. 북한과 협의해서 규정을 만들고, 미국과 협의해서 공장을 지었다”면서 “개성공단은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땀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렇게도 쉽게 공든 탑을 허물어 버린 박근혜 정부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 정책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훨씬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폐쇄한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과정에서 가진 의미를 소개했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은 한국의 노동집약형 중소기업에게 유일한 기회의 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 달에 15만원의 임금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그동안 남북관계의 경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탈하지 않은 이유는 말이 통하고 기술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라고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박근혜 정부는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의 문을 닫았다. 핵실험은 북한이 했는데, 왜 자기 나라 중소기업을 처벌하느냐”며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우리 중소기업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곳일 뿐 아니라 북한체제의 ‘열린 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전 장관은 “개성은 북한이 개혁개방과 국제경제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다. 개성은 시장경제의 실험실이고 남북경제공동체의 현장”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했고, 남북경제공동체의 미래에 못을 박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사태까지 이르게 된 원인으로 정치를 지목했다. 정 전 장관은 “정치의 목적은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평화 없이 어떻게 경제를 살리느냐”며 “어마어마한 분단비용을 지불하면서, 어떻게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습니까 야당이 야당다워야 한다. 지금까지 야당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민주주의, 평화, 그리고 복지이다. 어느 순간 보수정권의 종북 놀음에 휘둘려 평화라는 가치가 야당에서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정 전 장관은 “정치는 이념놀음이 아니다.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역사적 책임감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야당이 존재했다면, 그래서 평화경제라는 깃발이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가 저렇게 쉽게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생각을 했겠느냐”며 거듭 제 역할을 못한 야당을 비판했다.

정치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의 향후 행보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다. 정 전 장관이 이번 4·13 총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당분간 남북관계와 개성공단 문제를 고리로 활동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말미에 “한손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다른 손에는 남북경제공동체가 우리의 살길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모델국가이자 그 안에서 온 국민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평화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며 정치재개 후 활동 방향을 예고했다.

정 전 장관은 전날에는 전북 순창을 방문한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고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을 만났다. 권 전 고문은 정 전 장관에게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60년 정통야당의 적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였던 정 전 의원도 그 한 축으로서 함께 하자. 무소속으로 나가면 절대 안된다”며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 우리도 입당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은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조만간 정치재개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정 전 장관 대변인인 임종인 전 의원은 “혼자 무소속으로 (전주에) 나간다는 보도는 완전히 오보다. 당에 몸을 실을 가능성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며칠 안에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을 선택한다면 더민주보다는 국민의당일 가능성이 크다. 친노 패권주의를 반대하며 더민주를 탈당한 정 전 장관이 북한 궤멸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더민주에 복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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