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방어용 의약품 개발'…대웅제약의 지주사 활용법

간판품목 '알비스' 후혹제품 지주사 대웅이 개발
도입신약 '올메텍' 복제약도 대웅 허가
'지주사 활용한 시장 방어 꼼수·설립 취지 훼손' 지적
  • 등록 2015-02-05 오전 8:32:23

    수정 2015-02-05 오전 8:32:23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대웅제약이 지주회사를 활용해 주력 의약품의 후속제품을 허가받고 있다. 대웅제약과 지주회사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들면서 개발 리스크를 분담하겠다는 전략인데, 시장 장악력 확대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의 지주회사 대웅(003090)은 이달부터 위장약 ‘알비스D’를 발매했다. 알비스D는 대웅제약의 간판 의약품 알비스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린 고용량 제품이다.

지난 2000년 발매된 알비스는 ‘라니티딘’, ‘비스무스’, ‘수크랄페이트’ 등 3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개량신약이다. 연간 600억원대 매출로 국내업체가 개발한 의약품 중 선두권을 기록 중인 대형 품목이다.

대웅의 알비스D 발매는 시장 방어 목적이 크다. 지난해 알비스의 물질특허가 만료되자 국내제약사 20여곳이 복제약(제네릭)을 발매하며 알비스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알약 2개를 1개로 만든 고용량 제품을 내놓으며 제네릭으로부터 시장을 지키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대웅제약이 아닌 대웅이 알비스D를 허가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제품의 허가권은 대웅이 갖고 있지만 영업은 대웅제약이 담당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개발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동시에 알비스D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웅과 대웅제약은 각각 지난해 5월, 7월에 알비스D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착수했다. 대웅이 먼저 알비스D의 개발을 완료하자 대웅제약은 개발작업을 중단했다. 알비스의 시장 방어를 위해 지주사까지 동원하며 후속제품 개발을 시도한 셈이다.

대웅제약의 지주회사 활용은 또 있다. 대웅은 지난해 말 ‘대웅올메사탄’과 ‘대웅올메사탄플러스’ 2개 품목을 허가받았는데, 이들 제품은 대웅제약이 판매중인 ‘올메텍’과 ‘올메텍플러스’의 제네릭이다. 지주회사가 사업회사가 판매중인 제네릭을 만든 것이다. 올메텍과 올메텍플러스는 연간 600억원대 매출을 합작하는 효자 제품이다.

대웅이 올메텍의 제네릭을 만든 것은 일종의 ‘보험용’ 성격이 짙다. 올메텍은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만든 의약품으로 지난 2005년부터 대웅제약이 국내영업을 진행 중이다. 2008년에는 다이이찌산쿄도 영업에 가세했다.

통상 국내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의 판권을 가져올 때 ‘해당 제품의 제네릭이나 유사 제품을 개발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국내사 60여곳이 올메텍 제네릭을 팔고 있음에도 대웅제약이 올메텍의 제네릭을 만들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만약 다이이찌산쿄가 올메텍의 판권을 회수할 경우 대웅제약 입장에선 심각한 매출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대비해 지주회사가 올메텍의 제네릭 허가를 미리 받았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 측은 “다이이찌산쿄와의 협의를 통해 대웅이 올메텍 허가를 받는 것은 양해하기로 합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지주회사를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시장 방어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2년 분할 당시 “투자전문회사와 사업전문부문을 분리해 사업부문이 독립적으로 고유 사업에 전념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동일한 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주회사설립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녹십자홀딩스, JW홀딩스, 종근당홀딩스, 한미사이언스 등 제약사들의 지주회사 중 의약품 허가권을 갖고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 난이도가 높은 의약품 개발에 지주회사가 가세하기도 한다”면서 “R&D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강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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