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7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신규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마트의 반값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고가로 책정된 판매가격도 문제다. 또 돈을 떼일 경우 대비책 등이 미흡해 현재로선 렌탈사업의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 렌탈사업, 결국 제살 깎아먹기?
가장 큰 고민은 신규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쟁사로 가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거나 가전제품을 살 생각이 없던 사람까지 렌탈 때문에 지갑을 열도록 했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를 보여주는 게 매출액이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가전매출(렌탈매출 포함)은 전년동기대비 5.1% 감소했다. 렌탈매출이 빠르게 늘었음에도 전체 가전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렌탈사업이 신규수요 창출보다는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쉽게 말해 예전에 일시불이나 카드할부로 가전제품을 사던 사람들의 구매방식만 렌탈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이마트 렌탈사업의 역효과는 다른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체험형 매장인 디지털파크를 앞세운 롯데마트의 가전매출은 올해 1분기 8.6% 신장했고, 홈플러스 역시 가전매출이 전년대비 3.4% 성장했다. 렌탈사업이라는 신무기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가전시장을 둘러싼 경쟁에서 쓴맛을 본 셈이다.
두번째는 월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시불로 100만원에 살 수 있는 냉장고를 이마트 렌탈을 이용하면 3년간 총 135만원을 내야한다. 렌탈기간이 4년이면 사용료는 150만원으로 더 늘어난다. 연이율이 10%가 넘는다. 게다가 중간에 해지할 경우 남은기간 사용료의 50%를 위약금으로 내도록 돼있다. 소비자들은 비싼값에 렌탈을 이용하면서 해지도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렌탈은 유통이라기보다 금융사업에 가깝다"며 "가전렌탈을 먼저 치고 나가 시장의 주목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돈을 떼이면 렌탈사업자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보니 이런 위험을 반영해 연이율 10%가 넘는 렌탈비를 책정한 것이다.
◇ "부실채권 갈등소지도" 가전 렌탈이 잘 돼도 고민은 남는다. 이마트는 이 사업을 KT렌탈과 함께 하고 있다. 고객이 이마트에서 제품을 고르면 KT렌탈이 이마트에서 그 제품을 구입해 고객에게 빌려주고 다달이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외견상 이마트는 제품판매 역할만 하고 렌탈계약 및 사후관리는 모두 KT렌탈이 한다.
그렇다고 이마트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부실채권 문제다. 렌탈사업자는 고객의 장기연체 등에 대비해 보증보험 등을 들어둔다. 하지만 KT렌탈은 이번 가전렌탈과 관련해 보증보험이나 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손실이 발생하거나 이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할 때 KT렌탈이 이마트에 일정 부분 비용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렌탈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초기라 부실채권 문제가 큰 이슈가 아니지만, 고객의 신용위험 관리가 안됐을 경우 양측이 비용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KT렌탈은 사업초기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렌탈 가능 고객의 자격조건을 신용등급 5등급에서 7등급으로 낮췄다. 지금은 다시 6등급으로 한단계 올렸지만 초기보다 느슨한 규정을 적용해 렌탈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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