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11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우리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 동시에 향후 대응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제스처(신호)로 읽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응을 평가절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남북 간 냉각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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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한밤중인 오후 11시48분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이미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통전부장은 청와대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 데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대남 비난을 이어가며 여전히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 정부 측에 돌렸다. 장 통전부장은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며 “그것을 결행할 힘이 없으며 무맥무능하였기 때문에 북남관계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폐지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 뒤 닷새만인 9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모든 연락채널을 끊었다.
전문가들 “강경대응 촉구성 메시지·남북 급냉각 지속”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경고가 예상된 반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남북 정상간 합의 이행 능력 부재를 반복해서 질책하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담화의 전반적 맥락을 보면 전단지 살포 행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한 정부의 향후 후속조치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동시에 보다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전단지 살포 재발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강력 조치를 취하라는 촉구성 메시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리선권 외무상 담화에 이어 통전부장 명의의 담화로 같은 날 동시에 한미를 압박하고 나서 한반도 정세는 급냉각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인용한 것도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하는 등 강력 조치를 취해야만 움직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엿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 정부에 대한 공세는 현재 미국 상황이 녹록지 않으므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해 최종적으로는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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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를 향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 교수는 “우리 정부로서는 우선 싱황 관리를 하는 가운데 불필요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당분간 긴호흡을 갖고 당초 계획했던 독자적 남북협력 계획들을 차분히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교수도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남북정상간 합의 사항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과제”라며 “정부가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론을 결집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병행해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현장 대응중심으로 사후처리하는 단순 공권력 발동보다는 사전조정력을 발휘해 대북전단살포단체를 설득하는 한편, 남북정상합의 이행에 대해서는 대통령친서를 휴대한 비공개특사를 통해 원포인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장금철 통전부장이 개인 명의 담화를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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