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야심차게 추진한 매각이 무산되면서 주가 하락과 대외 신인도 저하의 이중고를 겪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경영난 타개 또는 사업 시너지를 위해 인수·합병(M&A)을 검토했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매각이 무위로 그치자 저마다 ‘플랜B’를 가동하기도 하지만 한번 떨어진 시장 기대치를 다시 끌어올리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업간 M&A 실패…이유도 가지각색
지난주 주식시장에서도 SK텔레콤(017670)과 CJ헬로비전(037560)의 합병을 불허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정은 핫이슈였다. 양사가 M&A를 발표한 지난해 11월부터 불확실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충격이 컸다는 평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꾸준한 M&A 시도가 이뤄지다 무산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카메라모듈업체인 나무가(190510)는 올초 같은 업종인 나노스(151910)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구주 매입과 유상증자 참여에 1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식이었지만 4월 인수계약을 해지했다. 한일진공(123840)도 지난 4월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하이비젼시스템(126700)의 구주·신주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에 올라서려 했다가 지난달초 취소를 결정했다. 무기화학물질 제조업체 리켐(131100)과 커넥터 제조사 씨엔플러스(115530)도 지난달 기업, 개인투자자와 각각 맺었던 양수도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기껏 투자했더니…무산 후 주가 급락
M&A 무산 소식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매각주체보다 피인수 대상 기업의 타격이 더 컸다. SK텔레콤으로의 피인수 소식이 나왔던 지난해 12월 주가가 16% 이상 올랐던 CJ헬로비전은 공정위 방침이 알려졌던 이달 5일 13% 이상 급락했다. 약 9개월 동안 경영 공백 상태에서 추진하던 M&A가 무산돼 충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9%의 지분을 보유한 SK텔레콤의 매각 가능성도 발생했다.
신뢰도 회복 어려워…“투자 신중해야”
M&A 무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발 빠른 후속조치를 취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비전인식 등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 가능한 신제품 카메라 등 신사업에 나섰다. 글로벌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에도 검사장비 등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매각에 나섰던 나노스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지만 개선계획서를 제출해 현재 한국거래소 심사를 받고 있다. 나무가에 구주 매각 잔금을 받기 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리켐은 재무 개선을 위해 부동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합병 최종 결정이 내려질 공정위의 전원회의를 앞두고 반박 의견서를 낸 상태다.
다만 한번 매각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입힌 만큼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특히 기업규모가 작은 코스닥에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무자본 M&A 시도가 빈번하다”며 “성사돼도 시너지가 없는 경우도 많은 만큼 M&A 모멘텀에 베팅하는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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