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처럼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최선의 방안인지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8월20일 한은 국제컨퍼런스)
물가안정목표제와 관련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들이다. 한은 총재 스스로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물가목표와 현실간의 괴리감을 좁히기 위해서 고령화, 저출산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해 물가목표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목표치 하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한은의 고민이 깊다.
“기준치 낮추고, 밴드폭 늘리고”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한은의 물가목표제는 목표치로서 의미를 상실했다”면서 “중앙은행 정책 신뢰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해 목표치를 낮춘다는 것은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유효수요와 생산력 감소, 그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의미한다.
김성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낮출 경우 반대로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진다”면서 “어떤 쇼크가 왔을 때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더 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2.5~3.5% 밴드 범위를 2%±1%포인트로 중심치를 낮추되 밴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밴드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밴드폭이 너무 좁아서 실제치가 목표치를 벗어날 경우에도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영향 적은 근원물가지수 대안”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를 상당기간 하회하면서 기준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적합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기후조건이나 국제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 석유류 등을 포함하고 있어 통화정책으로 조절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태풍이나 가뭄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물가상승률이 오르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이같은 단기적인 변화 요인에 따라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 없다. 결국 목표제와는 별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한다.
이에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81개 품목 중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 또는 에너지 및 신선식품 가격을 제외한 품목에 대한 가격 변동을 측정한 근원물가지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지수가 근원물가지수보다 경제주체들이 체감하기 쉬운 측면이 있지만 한은의 정책목표로서는 대외상황을 덜 반영하는 근원물가지수가 더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