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매출 규모에서는 정제능력이 가장 높은 SK에너지(096770)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GS칼텍스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다시 업계 최고를 차지했다.
고도화 설비 비율이 가장 높은 S-Oil(010950)은 3개 정유업계 가운데 덩치는 작지만 순이익과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앞섰다.
◇정유 3사 2분기 정점..고도화 설비의 힘
정유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은 고유가 덕에 크랙마진이 늘었고,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크랙마진이란 벙커C유를 원료로 휘발유·등유·경유로 분해, 생산해서 얻는 이익을 말한다.
단순히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 파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이를 시세에 다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벙커C유를 경질류로 바꿔주는 고도화설비 비율이 높은 정유사 일수록 재미를 톡톡히 봤다.
국제유가가 2분기에만 60% 가까이 폭등한 경유와 등유가 벙커C유와 가격차이가 벌어지면서 이른바 크랙 마진이 급등했다.
여기에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넉넉한 경질유 재고와 고도화설비를 갖춘 기업들은 수출을 대폭 늘려 단순정제마진의 마이너스를 매꿨다.
SK에너지의 경우 2분기 단순정제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 2.7달러. 작년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SK에너지 전체 매출은 2분기 12조1099억원으로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5324억원으로 7000억원대를 넘어선 GS칼텍스와 S-Oil에 밀렸다.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 설비에 한발 앞서 과감히 투자한 덕분에 GS칼텍스는 영업이익이 정유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지난 3월부터 등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제마진이 증가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2번 중질유 분해 탈황시설(일산 6만배럴)이 작년 10월부터 가동되면서 정제 수익이 증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가 사우디 아람코인 S-Oil은 원유확보가 전략적으로 유리한데다 25%대로 가장 높은 고도화설비 비율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정제능력은 SK에너지 절반에 불과하지만 순이익은 두배인 4000억원을 넘볼수 있게 됐다.
◇하반기 정유사 호조 계속될까..정유사별 전략따라
하반기 정유사들의 실적은 상반기에 비해서는 꺾이겠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호조를 보일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2분기 정유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여줬던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은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칼텍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정제마진이 감소해 3분기 실적은 2분기만큼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크래킹 스프레드(벙커C유를 등유와 경유로 정제한 마진)가 작년 연평균 27.6달러 수준에서 2분기에 60달러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20~30%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3대 정유사 가운데 S-Oil의 실적이 가장 나았고, 다른 두 업체도 예상 수준이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15~20% 정도 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정제유 수요가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은 전기 대비로 감소할 뿐, 전년 대비로 볼 때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용대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급등했던 유가의 버블 현상이 현재 꺼지는 상황인지,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 소비둔화인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2분기에는 중국이 제고를 물량을 늘리면서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는 2분기 보다 실적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정유사들의 실적이나 주가는 업체별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규원 동양종금 연구원은 "SK에너지의 경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고도화 설비물량, 자원개발의 수익성 반영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GS칼텍스의 경우 GS홀딩스가 대우조선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자금동원설 등으로 주가에 부담을 받을수 있고, S-Oil의 경우 하반기 현금배당 등의 변수가 주가 하방경직성을 만들어 줄 것인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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