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車 첫 임단협 타결, 현대車에 영향 줄까?

중앙교섭 없이 지부교섭으로 타결
'경영악화 특수성 작용..현대차는 변수많아 다를 듯' 분석
  • 등록 2008-07-31 오전 9:24:10

    수정 2008-07-31 오전 11:03:05

[이데일리 민재용기자] 쌍용자동차(003620)가 자동차 업계 최초로 임단협을 타결시켰다.
 
이번 쌍용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은 `중앙교섭 타결없이 지부교섭 타결 없다`는 금속노조의 방침을 깬 자동차 업계 최초의 지부교섭 타결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005380)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업체 노사는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문제로 임금인상 등 산적한 임단협 안건을 논의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 임단협 타결이 다른 완성차업체, 특히 현대차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쌍용차 노조 서둘러 임단협 타결한 이유는?

쌍용차 노조가 중앙교섭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임단협을 타결 시킨데는 쌍용차의 어려운 경영환경이 노조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명가` 쌍용차는 올해들어 폭등한 경유값 때문에 주력 판매모델인 SUV의 판매고 급감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했다.
 
쌍용차의 지난 6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한 1902대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급기야 지난 5월에는 생산량 감소로 2교대로 운영되던 생산라인을 야간 1교대로 바꾸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에서 어려운 경영상황을 노조측에 설명했고, 노조는 중국 상하이차그룹을 찾아가 "쌍용차 재매각이나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는 대주주 천홍 총재의 확언을 받고서야 `노사 공동선언문`에 사인했다.

결국 쌍용차의 첫 임단협 타결은 어려운 경영환경으로 위기감을 느낀 쌍용차 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더 시급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키 위해 사측과 손을 맞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현대차등 다른 업계에 영향은?

업계 최초로 `지부교섭`만으로 임단협 협상을 타결시킨 쌍용차의 사례가 다른 자동차 업계에도 바로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 노사간 주요 합의 내용은 ▲ 기본급 6만2000원 인상 ▲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격려금 100만원 ▲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장려금 100만원 지급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합의 내용에 대해 "기본급 6만원 인상은 업계 평균 이하 수준"이라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자 노사가 상생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임단협 타결이 현대차등 다른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서 연구위원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쌍용차의 임단협 타결을 고려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쌍용차는 내수·수출 등 경영 전반이 모두 어려운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임단협 조기 타결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도 쌍용차의 임단협 타결이 쌍용차만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한 것이라, 현대차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판매량이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쌍용차 노조가 무리하게 사측에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 이라며 "실적과 공장 가동률 등이 좋은 현대차와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경영 실적과 공장 가동률이 좋은 상황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방침을 뒤로하고 현대차와 지부 교섭에 당장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 내부에서는 중앙교섭에만 집착하는 노조 지도부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중앙교섭을 위해 우리가 파업을 해야 하는가`, ` 우리에게 중앙 교섭이 무슨 소용인가`, `산별 탈퇴합시다` 등의 현대차 노조원들의 글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선전 홍보실은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용자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 글을 집중 올리고 있다"며 " 금속노조를 강화하고 산별노조를 완성시키겠다는 올해 투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수홍 현대증권 수석 연구원은 이에대해 "현대차 임단협의 경우 쌍용차와는 달리 복합적 문제들이 얽혀 있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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