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유가가 하락한 것은 감산 규모가 부족하다는 의미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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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으로 구성된 10개국 석유수출 협의체인 OPEC+는 회의를 열고 5월부터 두 달간 하루 1000만 배럴을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 OPEC+는 오는 7~12월 기간엔 하루 800만 배럴을 감산하고 2021년1월부터 2022년4월에는 하루 60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3%(2.33달러) 하락한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원유 감산에도 유가가 하락한 것은 이번 감산이 이미 WTI 가격상승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루 1000만 배럴 감산 규모는 대규모 수요 축소를 고려할 때 여전히 부족하단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국제유가는 미국이 원유 생산을 줄이는 데 달렸다는 전망이다. 백 연구원은 “앞으로 국제유가 방향은 미국의 인위적인 감산 여부에 달려있다”며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미국 셰일업체의 인위적인 감산을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셰일기업의 자연스러운 원유 감산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가 무너지면 자국의 셰일기업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미국도 결국 감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백 연구원은 “셰일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WTI 가격상승이 필수적”이라며 “진통은 있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을 위해 미국 또한 일정 규모의 인위적인 감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