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개성공단을 성공사례로 만드는 조건은

  • 등록 2015-07-21 오전 4:01:01

    수정 2015-07-21 오전 4:01:01

[정주진 전(前)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21세기전략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최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가 오랜만에 재개됐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렬됐다. 북측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노동규정을 ‘주권적 사안’이라고 고집했다. 경제특구에 주권을 개입시키는 것이 퍽 낯설다. 경제특구를 조성하는 나라들은 모두 투자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금감면 혜택과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선진경제특구이다. 선진경제특구는 법제도적 안정과 자율성이 보장될 때 특구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경제특구에 대해 다른 지역과 구별할 수 경제활동의 자율권을 줬다. 경제특구 관리당국이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법제를 구축할 수 있는 권한과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한 셈이다.

임금과 작업환경 등 노사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 당사자가 풀어나가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가 끼어들면 문제해결의 탄력성을 잃게 된다.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목적도 중앙정부와는 차별적인 노동 유연성과 시장친화적 기업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지난 5월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들이 태업을 하는 조짐이 있다는 통일부 브리핑이 있었다. 태업은 시장경제의 산물이다. 시장경제 체제하에 노동조합이 사용자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쟁의행위를 교섭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현행 노동법은 태업·파업·직장폐쇄 등을 쟁의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노동관계자를 근로자측은 노조, 사용자측은 사용자 개인 또는 사용자 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그 외 일시적인 근로자 단체나 근로자 개인은 노동관계 당사자가 될 수 없다. 근로자측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는 노조뿐이다. 노조의 단결권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태업은 일제시기에 우리 민족이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투쟁수단이었다. 그러나 태업은 정부수립 후 자본주의 체제의 법 테두리로 들어오면서 그 행위주체가 노조로 제한되고 그 목적도 근로조건의 집단적 유지 혹은 개선으로 한정됐다. 그리고 쟁의조정을 신청한 후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조정기간을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 노동법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의 경우 근로자들의 단결권이 먼저 확보되고 조정신청, 조정기간 등 법리적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이와 관련해 1990년대 중반 후진국 근로기준을 무역과 연계하는 ‘블루라운드’(Blue Round)가 논의된 바 있다. 후진국의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만든 값싼 제품으로부터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과 상대국의 인권, 근로조건, 그리고 환경문제를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진행되면 이에 비례해 근로조건의 국제적 표준에 대한 해외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근로관계를 원만히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통일기반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남북한 경제단체가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안(安)까지 나왔다. 그러나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비롯한다”(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는 노자도덕경의 경구처럼 ‘통큰 일’보다 작은 일부터 풀어나가는 데 남북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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