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통혁신]①유통단계 축소의 실험장, 이마트 후레쉬센터

[르포]도매시장 통할 때보다 농가수익 10% 늘어
첨단 자동화시스템으로 판매가격도 인하
  • 등록 2013-03-26 오전 9:30:29

    수정 2013-03-26 오전 9:33:5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 사과 한번 먹어보세요. 저장고에 들어간 지 넉달째인데 아삭하고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지난 22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겨울 점퍼를 여밀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 저온장기 보관을 하는 저장고들이 늘어서 있는 2층 복도에 들어서자 옅은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한 저장고 앞에서 방금 꺼낸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탄탄한 과육과 함께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 지난해 11월 부사가 한창일 때 따서 저장시켰다는 이 사과는 여전히 햇사과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마트 후레쉬센터 CA 저장고
◇ “햇사과 맛 비결은 첨단 저장고”

이곳은 이마트(139480) 후레쉬센터가 자랑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였다. 최첨단 저장시설인 CA 저장고는 대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밀도를 조정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시킨다. 급속 냉동이 불가능한 농산물을 일종의 미라 상태로 만들어 장기 보관하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배추와 같은 엽채류는 최장 2개월, 사과와 마늘처럼 저장성이 높은 작물은 최장 8개월까지 수확했을 때의 품질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후레쉬센터 안에는 모두 12개의 CA저장고가 있으며 한개의 저장고에는 약 200톤 가량의 사과를 보관할 수 있다. 현재는 사과, 배, 마늘 정도만 CA 저장고를 이용해 장기 보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감자, 양파, 자두, 복숭아 등 더 많은 품목으로 저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홍덕 후레쉬센터 센터장은 “산지에서 사과가 공급이 안 되는 올해 5~6월에는 후레쉬센터를 통해 1년 중 가장 맛있는 부사와 후지 사과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철에 딴 맛을 그대로 시세가격으로 선보이면 소비자들도 맛과 품질에 모두 놀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산지와 점포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물류 바구니
후레쉬센터 곳곳에선 생산지와 품종이 적혀있는 초록색 플라스틱 바구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산지에서 이 바구니에 수확한 작물을 담기만 하면 그대로 실어와 크기나 품질에 따라 선별하고 세척을 거쳐 포장작업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사과는 당도와 중량을 스캐닝하는 기계를 통과해 등급별로 분류가 됐고, 고구마와 감자, 양파는 세척 과장을 거쳐 크기에 따라 분류됐다. 이렇게 판매 준비가 끝난 상품은 다시 초록색 바구니에 담겨 각 점포로 배송된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기계들 사이로 과일과 채소가 운반되고 포장되고 있었지만 지상 5층짜리 초대형 저장고는 놀라울 만큼 깨끗하고 조용했다. 1시간 넘게 센터 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먼지나 쓰레기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자동화된 공정으로 인해 소음도 훨씬 덜했다.

후레쉬센터를 통한 유통단계 축소와 저장성 향상은 소비자 뿐 아니라 생산자의 이익에도 기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농어민들은 거래비용과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해당 농수산물을 경매 또는 도매시장에 공급할 때보다 10% 가량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며 “안정적인 직거래 판매처 확보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유통단계 줄였더니 생산자·소비자 ‘윈윈’

한우 등심을 손질하는 사전작업, 돼지고기 삼겹살을 커팅하는 모습(위쪽부터)
같은날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이마트 미트센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절차가 후레쉬센터에 비해 훨씬 복잡했다. 위생복과 위생모는 물론 마스크까지 착용한 후 손 세정과 전신 소독 작업까지 거쳐야 했다. 위생 절차를 끝내고 들어서자 다음날부터 전단행사 상품으로 나갈 호주산 냉장 찜갈비를 손질,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위별로 손질된 원료육의 포장을 뜯자 숙련된 손길의 직원들이 힘줄과 지방질을 제거했다. 손질된 고기 덩어리들은 바로 옆에 있는 슬라이서(절단기)와 다이서(커팅기) 혹은 민서기(다짐육기)로 옮겨졌다. 기계에 들어간 고기들은 빠른 속도로 잘려 바로 포장용기에 담겼다. 이후 계량기를 거쳐 판매 라벨까지 붙어 배송대기 상태로 원스톱으로 처리됐다. 선물용으로 따로 포장되는 갈비나 고급육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고기들이 사전처리 작업 정도만 사람의 손을 거쳤다. 점포별 손질 포장을 하던 때에 비해 재고감축과 생산비 절감 효과 등이 크다고 한다.

올해 초 복잡한 한우 유통구조가 문제가 됐을 때도 이마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공급한 것도 미트센터 역할이 컸다.

남국현 미트센터 센터장은 “미트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 미트센터는 기존 6~9단계에 이르던 복잡한 축산물 유통단계를 4단계(위탁영농-도축·해체-미트센터-소비자)로 대폭 축소했다.

그는 “미트센터는 대량생산과 점포 재고비용 경감 등으로 축산물 판매가격을 낮추고 농가 입장에서도 기존보다 10% 가량 수익을 높일 수 있어 농가와의 상생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직접 축산물 경매에 참여해 따오는 물량의 비율도 점차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획시리즈 - 新 유통혁신  ◀ ☞ [新유통혁신]①유통단계 축소의 실험장, 이마트 후레쉬센터 ☞ [新유통혁신]②유통구조 바꾸니 모두가 '윈윈' ☞ [新유통혁신]③“가격은 잡고 공급은 안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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