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이마트 후레쉬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겨울 점퍼를 여밀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 저온장기 보관을 하는 저장고들이 늘어서 있는 2층 복도에 들어서자 옅은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한 저장고 앞에서 방금 꺼낸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탄탄한 과육과 함께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물씬 풍겼다. 지난해 11월 부사가 한창일 때 따서 저장시켰다는 이 사과는 여전히 햇사과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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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마트(139480) 후레쉬센터가 자랑하는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였다. 최첨단 저장시설인 CA 저장고는 대기 중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밀도를 조정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시킨다. 급속 냉동이 불가능한 농산물을 일종의 미라 상태로 만들어 장기 보관하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배추와 같은 엽채류는 최장 2개월, 사과와 마늘처럼 저장성이 높은 작물은 최장 8개월까지 수확했을 때의 품질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후레쉬센터 안에는 모두 12개의 CA저장고가 있으며 한개의 저장고에는 약 200톤 가량의 사과를 보관할 수 있다. 현재는 사과, 배, 마늘 정도만 CA 저장고를 이용해 장기 보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감자, 양파, 자두, 복숭아 등 더 많은 품목으로 저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홍덕 후레쉬센터 센터장은 “산지에서 사과가 공급이 안 되는 올해 5~6월에는 후레쉬센터를 통해 1년 중 가장 맛있는 부사와 후지 사과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철에 딴 맛을 그대로 시세가격으로 선보이면 소비자들도 맛과 품질에 모두 놀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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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움직이는 기계들 사이로 과일과 채소가 운반되고 포장되고 있었지만 지상 5층짜리 초대형 저장고는 놀라울 만큼 깨끗하고 조용했다. 1시간 넘게 센터 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먼지나 쓰레기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자동화된 공정으로 인해 소음도 훨씬 덜했다.
후레쉬센터를 통한 유통단계 축소와 저장성 향상은 소비자 뿐 아니라 생산자의 이익에도 기여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농어민들은 거래비용과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해당 농수산물을 경매 또는 도매시장에 공급할 때보다 10% 가량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며 “안정적인 직거래 판매처 확보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유통단계 줄였더니 생산자·소비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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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복잡한 한우 유통구조가 문제가 됐을 때도 이마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를 공급한 것도 미트센터 역할이 컸다.
남국현 미트센터 센터장은 “미트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 미트센터는 기존 6~9단계에 이르던 복잡한 축산물 유통단계를 4단계(위탁영농-도축·해체-미트센터-소비자)로 대폭 축소했다.
그는 “미트센터는 대량생산과 점포 재고비용 경감 등으로 축산물 판매가격을 낮추고 농가 입장에서도 기존보다 10% 가량 수익을 높일 수 있어 농가와의 상생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직접 축산물 경매에 참여해 따오는 물량의 비율도 점차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획시리즈 - 新 유통혁신 ◀ ☞ [新유통혁신]①유통단계 축소의 실험장, 이마트 후레쉬센터 ☞ [新유통혁신]②유통구조 바꾸니 모두가 '윈윈' ☞ [新유통혁신]③“가격은 잡고 공급은 안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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