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3일자 26면에 게재됐습니다. |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들린다. 직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락을 먹고 있다. 가을 야유회 풍경이 아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4가 롯데닷컴의 점심시간 모습이다.
오후 12시가 되자 사람들이 건물 8층에 위치한 직원 휴게실인 열린 공간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부서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들은 점심때만 되면 도시락통을 들고 뭉친다고 했다.
|
7000~9000원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점심 값이 그가 처음 도시락을 싸왔던 이유다. 하지만 하루, 이틀 도시락을 싸 들고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오피스 도시락의 매력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급식세대라서 도시락을 싸 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도시락을 가져오면서 자연스럽게 또래 여직원들과 친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힘든 일이 있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많은 힘이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남자직원들의 경우는 어떨까. 미혼에 혼자 사는 최원규씨(25)는 "도시락을 싸는데 애로사항이 많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도시락은 제가 직접 준비합니다. 입사하고 보니 주변의 남자직원들이 다들 도시락을 가져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죠. 하지만 점심시간에 도시락으로 정을 나눴더니 사이가 돈독해졌어요. 위로 누나만 있는데 형들이 생겼습니다"
이들의 도시락 예찬은 돈과 시간 절약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강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이어트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착한 점심`인 셈이다.
이지혜씨(26)는 건강을 생각해 도시락을 챙기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회사 근처에서 사먹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밖에서 먹는 음식은 소화도 안 되고 먹고 나면 불편한 느낌만 들더라. 하지만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7개월째 도시락을 싸오고 있는 김수지씨는 도시락을 가리켜 가족사랑이라고 말했다. 매일 보기 때문에 소중함을 잊기 쉽지만 엄마표 도시락을 먹고 다니면서 가족과도 정이 더 쌓였다는 것이다.
"엄마가 싸주시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 생각을 한 번 더하게 되죠. 왜 회사를 다니다보면 업무에 치이고, 집에 가면 본인도 모르게 짜증을 낼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도시락을 한 번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집에 가면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하게 되더라고요"
롯데닷컴은 도시락이 지닌 순기능을 고려해 매달 `대표와 함께 하는 도시락 미팅`을 갖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 달의 생일자들이 강현구 롯데닷컴 대표와 부문장(이사)들과 함께 열린 공간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도시락을 즐긴다.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도시락 마니아 5인방은 "대표님이나 이사님을 따로 뵈면 자칫 긴장되거나 소극적이 될 수 있는데, 도시락을 먹다 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자연스럽다"며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도시락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