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행인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모(33)씨가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그의 체포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 경찰은 “칼 버리세요”라고 재차 말했고 조씨는 바닥으로 칼을 떨어트렸다. (사진=SB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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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조씨 범행 직후 온라인에는 그의 범행 현장과 체포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에는 조씨가 현장 근처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걸터앉아 흉기를 쥐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경찰은 “칼 버리세요”라고 재차 말했고 조씨는 바닥으로 칼을 떨어트렸다.
일부 누리꾼은 당시 경찰이 조씨에게 존댓말을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칼 버려달라고 부탁할 거냐” “이 상황에 무슨 존댓말이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극단적인 경우 “조씨를 보자마자 바로 테이저건을 쏴서 제압한 후 검거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출동한 경찰관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경찰의 현장 대응은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뤄진다.
규칙은 상대방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느냐가 아니라, 상대방 행위의 위해성 수준에 따라 경찰의 대응을 규정한다.
당시 조씨는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경찰의 통제를 따르는 ‘순응’ 범주에 속해있었다. 이 경우 경찰은 언어적 통제와 수갑 사용만 허용된다.
만약 경찰이 조씨에게 경찰봉 또는 테이저건을 사용했다면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됐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주택가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베트남 국적 남성에게 흉기를 버리라고 5차례 고지했으나 불응하자 테이저건과 장봉 등 장비를 사용해 제압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한 시민단체는 장봉에 손을 맞아 칼을 떨어트렸는데도 테이저건을 쏜 건 과잉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2021년에도 홍익대 앞 거리에서 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던 나이지리아인 남성을 말리는 과정에서 그가 경찰을 밀치고 위협해 경찰이 그의 한국인 아내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를 본 남성은 “아내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며 경찰에 다가섰고 결국 경찰은 테이저건으로 남성을 체포했다. 아내는 국민신문고에 ‘경찰이 남편을 과잉진압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일명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21일 14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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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서울 주요 경찰서에서 형사과장을 지냈던 안선모 방배서 형사과장은 “영상을 보면 조씨는 범행 현장을 이탈해 계단에 앉아있는 상황으로, 추가 위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자해나 추가 공격 행위가 있었다면 출동한 경찰들이 더 적극적인 대처를 했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본다”고 24일 조선닷컴에 의견을 밝혔다.
이어 “용의자에게 반말 사용했다고 민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일선 경찰관들은 조금이라도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존댓말 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