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되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전하면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의 참관 하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폐기가 이뤄지면 북한은 이제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그런 도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 의원은 이 발언을 인용해 “대통령께서 (북한이)ICBM 도발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렇게 폭스뉴스에 답변했다”고 하자, 정 실장은 “(대통령께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은 발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다”고 재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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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어 예비역 육군중장으로 합참 차장을 역임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입니다. 당초 북한은 이곳을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장 명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위성발사장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북한은 발사장 완공 3년만인 2012년 4월 이곳에서 광명성 3호 ‘위성’이 실린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한바 있습니다. 또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올릴 때도 이를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칭하지 않고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ICBM급 발사체로 평가한바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인공위성을 위한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로켓은 동일합니다. 로켓에 탄두를 장착하면 탄도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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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ICBM을 TEL로 발사하기 힘들다는 청와대의 인식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TEL의 장점은 정보망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다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간 북한은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발사시 TEL 사진을 여러장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격 시에는 화염과 후폭풍 때문에 TEL에서 발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화성-14형 발사 시에는 TEL로 가져왔다가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사격한 장면이 있습니다.
고정형 발사대는 연구·개발 단계의 임시 발사방식으로 이동식 발사대의 손상 방지를 위해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단편적 모습만 보고 아직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발사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그간 이동식 ICBM 개발에 집중해 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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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의 TEL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지대지 및 공대지 미사일 등 전력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만 이를 모르고 있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건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