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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8월 라인이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되던 날,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등의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가 여러 차례 진행돼 왔다.
네이버의 본격적인 유럽 행보는 김상헌 전 대표의 노력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대표시절부터 고문인 현재까지 유럽 시장 개척에 올인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前 프랑스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프랑스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창업가 육성 등을 위해 협력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에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장관의 코렐리아 캐피탈에 라인과 각각 5천만 유로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했으며, 프랑스의 하이엔드 음향기술 기업 드비알레에 투자하며 유럽 행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네이버는 이번에 프랑스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스테이션F’에 참여하고, 첨단기술 연구소 ‘XRCE(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를 인수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을 전면화하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지에 ‘녹색 DNA’ 공유
스테이션F는 3만 4천m2규모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다. 페이스북, 방트 프리베 등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해 전세계 스타트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의 스타트업은 주로 AI,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같은 첨단 기술분야에 집중돼 있어 기술 경쟁에 힘쓰는 글로벌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反구글’ 움직임 확산도 긍정적
디지털 주권 확보 움직임이 확산되는 유럽의 상황도 네이버와 라인에 긍정적이다.
벤처로 시작해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을 개척하고 라인(LINE), 스노우(SNOW), 네이버웹툰, 브이 라이브(V LIVE)와 같은 혁신적인 글로컬(Glocal) 서비스를 선보인 노하우가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 스타트업들에게 전파되면, 유럽의 인터넷 생태계 확장에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네이버의 유럽 행보 중심지가 된 프랑스에서는 이미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정부의 주도 아래 대대적으로 스타트업 육성 지원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회계 법인 Ernst&Young(EY)은 최근 유럽 국가별 벤처캐피털 모금 규모에서 프랑스가 2위를 차지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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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유럽 행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동력은 ‘기술’이다. 네이버는 27일 제록스로부터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했다.
1993년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 설립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비전, 자연어 처리와 같은 미래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제록스의 주요 연구기관 중 하나다.
뛰어난 기술력뿐 아니라 최신 트렌드에 대한 감각까지 지녔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 2005년 WSJ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MIT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IT기업들의 합종연횡과 M&A 등이 활발해진 상황에서, 이번 XRCE 인수는 네이버의 미래기술 연구 수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술적인 면에서도 XRCE는 2015년 이후 75개 세계적인 컨퍼런스와 학술지, 학회에 매년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로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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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XRCE가 네이버랩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도 연구 분야가 다수 일치하고, 향후 시너지가 높다는 평가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두루 갖춘 스타트업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 그리고 끊임없는 기술 연구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